"바다 없어도 어부는 3천200명"…충북 '민물어업 왕국' 꿈꾼다

입력 2017-02-26 05:50  

"바다 없어도 어부는 3천200명"…충북 '민물어업 왕국' 꿈꾼다

다목적댐 유역면적 33%…민물고기 10% 공급하는 국내 최대 산지

쏘가리 양식·관상어 육종개발 나서…'기르는 어업' 투자 확대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바다가 없는 충북에도 과연 어부가 있을까?

답은 '물론'이다. 그것도 자그마치 3천200여명이 내륙 한복판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기르는 일을 한다.

대청·충주·괴산호와 금강·남한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55개의 어업계가 조직돼 있고, 등록된 어선만 451척에 달한다.





충북의 면적은 국토의 7.4%(7천433㎢)에 불과하다. 그러나 호수·저수지·하천 등을 합친 내수면은 9.3%(5만3천56㏊)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다. 전국 16개 다목적댐 유역면적의 33%를 점하고 있어 그만큼 수자원 활용이 용이한 곳이기도 하다.



◇ 국내 유통 쏘가리 절반·뱀장어 5분의 1 충북産

지난해 충북의 수산물 생산량은 2천616t이다. 돈으로 환산해 260억원 어치다. 이 중 904t(134억원)은 낚시나 그물로 강·호수에서 잡아올렸고, 나머지(1천712t)는 양식장에서 생산했다.

전국 내수면 어로 생산의 10%, 내수면 양식 생산의 8%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생산기지인 셈이다.

'민물고기 제왕'으로 불리는 쏘가리는 작년 국내 어획량 87t 중 41t(47%)이 이 지역에서 공급됐다. 뱀장어도 국내 어획량의 21%인 14t을 공급한다. 두 어종 모두 충북산(産) 아니면 맛보기 힘들 정도다.

양식부문서도 메기의 19%(4천575t 중 851t)와 송어의 17%(3천66t 중 508t)가 이 지역에서 나온다. 전북과 강원에 이어 전국 2번째 생산지다.






충북도와 어민들은 수산자원 확보를 위해 매년 쏘가리·뱀장어·메기·붕어 등 1천500만마리의 토종 어류 치어를 강과 호수에 풀어넣고 있다.

대청호와 주변 저수지에는 해마다 빙어와 은어의 수정란 1억1천만개씩을 투입한다.

외래어종인 배스와 블루길 퇴치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1970년 어민소득을 높이기 위해 미국서 들여온 이들 어종은 토종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수중 포식자'다. 지자체나 주민들의 치어 방류 행사를 두고 배스 먹이 주는 사업이라는 비아냥이 나돌 정도다.

도는 해마다 1억5천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어민한테서 이들 외래어종을 사들여 사료나 퇴비로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356t의 외래어종을 솎아냈다.

도 관계자는 "치어 방류와 외래어종 퇴치사업이 10년 넘게 꾸준히 이뤄지면서 도내 수산물 생산량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 민물고기 연구·생산시설 확충…'기르는 어업' 투자

충북도 내수면연구소(충주)는 최근 국비 등 20억원을 들여 1천200㎡ 규모의 '쏘가리 대량생산 연구시설'을 건립했다.







육질이 단단하고 식감이 뛰어난 쏘가리는 1㎏에 4만∼5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어종이지만, 포식성이 강해 양식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 연구소는 2012년 동물성 배합사료로 쏘가리를 키워내는 데 성공했고, 그 뒤 사료 순치(길들이기) 성공률을 90%대로 끌어올렸다.

새로 건립한 시설은 한해 2t의 식용 쏘가리와 3만 마리의 치어를 생산해 주변 양어장에 공급하고, 쏘가리 전용사료를 대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국산 쏘가리의 중국 수출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도 남부출장소(옥천)에서는 한때 수출 전략상품이던 관상어(비단잉어) 산업의 부활을 이끌 육종센터(5천800㎡)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인 '관상어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 육종센터'는 살아있는 예술품이라고 불리는 명품 관상어 육종과 치어생산을 맡게 된다. 장기적으로 국내 연구진이 보유한 체세포 복제기술을 활용해 우량 관상어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 등도 검토되는 중이다.

현재 세계 관상어 시장은 47조원 규모지만, 일본·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해 7∼8%씩 성장하는 추세다.







민물고기를 전문적으로 사육하는 양식단지(4만㎡)와 가공·판매를 전담할 수산식품 산업단지(7만6천㎡)도 괴산에 들어선다.

도 관계자는 "이들 시설이 모두 가동되면 충북은 국내 최대 민물고기 생산·가공기지면서 관상어 시장의 메카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그동안의 내수면 어업이 물고기를 잡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기르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며 "어장환경을 풍요롭게 하면서 반려동물산업의 급성장에 맞춰 부가가치가 높은 관상어 시장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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