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통학버스 사고…법 강화해도 '안전불감증' 여전

입력 2017-02-23 07:31   수정 2017-02-23 10:34

끊이지 않는 통학버스 사고…법 강화해도 '안전불감증' 여전

차 안 어린이 방치하거나 통학버스에 잇따라 치여

전문가 "안전교육 강화하고 시스템 보완해야"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13세 미만 어린이 통학차량에 동승자 탑승 등을 의무화한 일명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을 마련했으나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2013년 충북 청주에서 김세림(당시 3세) 양이 통학차에 치여 숨진 일을 계기로 2015년 이 법을 시행했다.





최근에는 인솔교사가 유치원 통학버스에 동승했더라도 어린이가 사고로 크게 다치면 관할 교육청이 유치원 폐쇄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유아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통학버스 사고에서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 드러난다며 안전교육을 꾸준히 이수하고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끊이지 않는 통학버스 사고

지난달 25일 오후 1시 45분께 대구 남구 한 사립유치원 통학버스에 3세 원아가 방치돼 있다가 1시간 20여분만에 발견됐다

이 유치원 원아 46명이 현장체험학습을 한 뒤 25인승 통학버스 3대에 나눠 타고 낮 12시 25분께 유치원에 도착했으나 동승 보호자인 담임교사가 인원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7월 광주에서는 운행을 마친 유치원 통학버스에 방치돼 있던 4세 어린이가 폭염에 열사병 증세를 보이다 의식불명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어린이는 8시간 동안 버스 안에 방치된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금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해 8월 전남 여수에서는 어린이집에 가던 2살 어린이가 어린이집 차에 치여 숨졌다.

운전기사가 아이들을 내려주고 나서 차를 돌리려고 후진하던 중에 차 뒤에 있던 이 어린이를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일어났다.



◇ 매뉴얼 있으나 현장에선 '마이동풍'

교육부 어린이 통학차량 매뉴얼에는 지난달 29일부터 모든 어린이 통학차에 동승 보호자가 탑승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동승 보호자는 운행이 끝나고 차 안에 어린이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는 운전자도 마찬가지다.

또 동승 보호자는 차에서 어린이가 안전한 장소에 도착하는 것을 확인해 운전자에게 알려야 하고 그 뒤 운전자는 차 문을 닫고 서서히 출발해야 한다.

이러한 매뉴얼이 있는데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통학버스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구 통학버스 어린이 방치 사고만 보더라도 동승한 담임교사와 운전기사가 원아들을 차에서 내리게 한 뒤 좌석을 일일이 살피며 남은 아이가 없는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안전불감증 여전… 교육·시스템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잦은 통학버스 사고가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김중진 사무총장은 "원아 인원 점검은 기본 사항인데 그걸 지키지 않았다니 안전의식이 아쉽다"며 "자식을 차 안에 두고 내리는 경우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인솔교사와 운전기사가 원아를 교차 점검하고 그 내용을 원장에게 최종 보고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아교육 전문가인 한 대학 교수는 "법을 강화해 예전보다 통학버스 사고가 줄었다고 보지만 그래도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며 "아이를 보호할 인력을 충원할 수 없다면 현실적으로 교사와 운전기사 안전교육·훈련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통학버스 사고는 규칙적이고 일상적인 상황보다는 방학, 체험학습 등으로 평소와 일과가 다른 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졸업이나 입학 철 또한 마찬가지여서 지금이 더욱 안전에 유념해야 하는 때다"고 강조했다.







ms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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