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백건우·조수미, 무용 김지영 공연 불발 이어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에 반발하는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이어지면서 올해 국내 국공립 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 전시회도 무산됐다.
클래식, 무용에 이어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순수 문화예술 분야에까지 번진 사례 중 하나로 풀이된다.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은 22일 "2017년 상반기에 국공립 미술관 5곳이 참여하는 한중 수교 기념전을 열기로 하고 중국 측과 작년 초부터 협의했다"면서 "그런데 작년 가을 중국 측이 (전시를) 같이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해당 행사는 한중 수교 25주년인 올해를 기념해 중국 문화부의 후원을 받아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중국 인민일보가 공동 주최할 계획이었다. 경기도미술관 외에 경남도립·제주도립·수원시립·청주시립미술관이 참여하기로 돼 있었다.
최 관장은 중국 측이 전시 무산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사드 파문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수교 기념전을 준비했던 한 인사도 "작년 9월 각 미술관이 전시 개최 의향서를 중국 측에 보내고 관련 예산을 잡으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중국 측이 어렵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미술관은 한중 수교 기념전 대신에 양국 작가 15명이 참여하는 '뉴 패밀리즘' 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현대 사회에서 변화하는 가족의 양태와 의미를 탐색하는 전시로, 4월 27일부터 7월 2일까지 진행된다.
한류스타에 대한 활동 제한과 한중 합작드라마·영화 무산 등 대중 문화계에서 시작된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올해 들어 순수 예술분야로까지 확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3월 18일 중국 구이양(貴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려 했지만 불발됐고, 소프라노 조수미가 2월 19일부터 광저우·베이징·상하이를 순회하려던 중국투어 공연도 비자발급이 지연된 끝에 취소됐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도 4월 상하이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에 주역으로 서는 것을 협의했으나 이달 초 중국 측으로부터 출연 취소를 통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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