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근육계 질환자 입학·졸업식 개최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다음 달 3일 입학식을 앞둔 이준호(19·남)군은 요즘 대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렌다.
서울문화예술대학교 심리학과에 합격한 이군은 선천적으로 근육이 감소하는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 난치성 신경근육계 질환을 앓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 갑자기 다리를 못 쓰게 된 이군은 그때 당시에는 당황스러웠으나,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된 만큼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군은 "걷지 못해도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일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평소 공부를 많이 하진 않았으나, 교과서와 EBS 교육방송 위주로 노력하다 보니 대학교에 입학하게 됐다"고 웃었다.
이군의 장래희망은 심리상담사다. 그는 "어떤 심리학책에서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행복한 감정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며 "현재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초·중·고등학생 모두가 포기하지 말고 꿈을 위해 계속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군과 같은 희귀 난치성 신경근육계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22일 강남세브란스병원 강당에 모였다. 병원 측이 준비한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과 새로운 출발을 앞둔 졸업생을 위한 행사로 이번이 6회째다.
올해에는 신입생 4명·졸업생 2명과 더불어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전동휠체어 등을 이용해 직접 병원을 찾아온 재학생들까지 총 16명이 주변의 격려를 받았다.
서울대 통계학과에 재학중인 양승모(23·남)씨는 "살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좌우명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자'인데 모든 희귀질환자가 본인의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씨 역시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 난치성 신경근육계 질환을 앓고 있다.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연구소 소장은 "장애를 극복하고 대학 진학의 꿈을 이뤄내는 환자를 보며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매년 행사를 열게 됐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희귀 난치성 신경근육계 환자에 대해 사람들이 선입견을 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희귀 난치성 신경근육계 환자는 호흡기 계통 근육도 약해지기 때문에 인공호흡기를 부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장비의 가격은 2천만원이 넘고, 대여하는데도 한 달에 70만~80만원이 든다.
강 교수는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흔치 않기 때문에 심장병·암과 다르게 기부금 조성이 쉽지 않다"며 "경제적 지원과 관심만 있다면 이들에게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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