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산하 제810부대 생물농약 연구기관
암살에 사용된 신종 독극물 개발 관련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김정남 암살사건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북한군 제810부대 생물기술연구원의 실체에 관심이 쏠린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룡 대표는 22일 "김정은이 2014년 12월 초 (김정남을 살해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면서 "집행부서는 북한군 제810부대 생물기술연구원이라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이 이전에 없던 신종 독극물일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북한군 산하 생물농약 연구기관의 이름이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게 됐다.
이 연구원이 국내 언론에 처음 존재를 드러낸 것은 지난 2015년 6월 6일이다. 당시 북한 관영매체에 김정은이 '농약연구소'인 이곳을 시찰한 것으로 보도된 것이다.
연구원은 화학물 대신 미생물, 천연 추출물 등으로 만든 생물농약을 연구·개발하고 생산하는 기관으로 소개됐으며, 김정은은 연구원을 둘러본 뒤 "과학자들을 업어주고 싶다,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안겨주고 싶은 심정"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로부터 얼마 뒤 이 연구소가 단순히 생물농약만 개발·생산하는 곳이 아니라는 주장이 미국 전문가에 의해 제기돼 논란이 됐다.
미국 비확산센터의 멜리사 해넘 연구원은 같은 해 7월 북한전문사이트 38노스 주최로 화상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생물기술연구원이 생물무기의 일종인 탄저균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넘 연구원은 북한 매체들의 김정은 시찰을 보도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연구소가 정규적이고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규모의 생물무기를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주장이 제기되고 며칠 뒤 당시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였던 국방위원회는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연구원이 탄저균 생산시설이라는 미국측 주장을 강력 부인하면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에게 직접 방문해 확인하라고 반발했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해넘 연구원의 주장을 "어중이떠중이들의 망발"이라며, 이 연구소에서 "인체와 토양, 생태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21세기 생물농약을 연구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국방부 당국자도 "(연구소의) 시설에는 탄저균 생산에 필요한 방호장치가 없다"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이 연구원이 김정남 암살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연구소가 생물무기 생산기지라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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