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용의자 1명 외교·7명 공무여권…'김정남암살' 北배후 뒷받침

입력 2017-02-22 19:22   수정 2017-02-22 21:18

北용의자 1명 외교·7명 공무여권…'김정남암살' 北배후 뒷받침

(쿠알라룸푸르·하노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김문성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나 연루자로 지목된 북한인 8명 가운데 1명은 외교여권을, 나머지는 7명은 공무여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모두 북한 정부 기관에 소속되거나 관련된 인물이어서 이번 사건이 북한 정권의 조직적 범행이라는 심증을 굳게 하고 있다.





22일 말레이시아 경찰과 대북소식통 등에 따르면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이번 사건의 연루자로 추가 공개한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은 외교여권을,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은 공무여권을 갖고 있었다.

현광성은 외교관 신분인 반면 김욱일은 공무원 신분이다. 공무여권은 면책특권 혜택을 받는 외교관을 제외한 공무원들에게 발급된다. 공무여권을 소지하면 출입국 심사를 일반인보다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

현광성은 외교관으로 위장한 북한 보위성 요원으로 김정남 암살 현장지원과 정보제공 업무를 맡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려항공은 북한의 국영 항공사로 조선인민군 소속이거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김욱일의 실제 담당 업무가 무엇이었는지 주목받고 있다. 경찰이 현광성, 김욱일과 함께 아직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다고 밝힌 리지우(30)도 공무여권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 13일 김정남 살해 직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를 거쳐 평양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리지현(33), 홍송학(34), 오종길(55), 리재남(57) 등 4명도 공무여권을 소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김정남 암살을 기획, 주도한 인물로 북한의 해외공작 책임기관인 정찰총국 소속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말레이시아 경찰에 이미 체포된 리정철(46)은 공무여행여권을 갖고 있었다.

공무여행여권은 해외에 파견되는 의사나 근로자 등 외화벌이 일꾼에게 발급되는 것으로, 일종의 공무여권이다.

리정철은 체포 당시 외국인 노동자 신분증(i-KAD)을 갖고 있었으나 서류상의 현지 고용업체에 평소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위장취업을 하고 공작원으로 활동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또 리정철은 과학·약학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독극물 제작과의 연관성이 주목된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들 북한인 용의자의 여권을 볼 때 모두 북한 정부에 소속돼 있거나 관련돼 있다"며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번 사건의 북한 정부 배후 의혹에 대해 어떻게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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