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니 대통령 긴급 현장 방문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숨을 쉴 수 없다."
이란 남서부 쿠제스탄 주(州) 주도 아흐바즈에서 심각한 공기 오염이 발생해 주민들이 최근 수일간 항의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주최하지 않는 집회나 시위를 엄격히 통제하는 이란에서 주민의 자발적인 시위가 이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들은 시위에서 공기 오염에 대한 정부와 시 당국의 대책을 강력히 요구했다.
아흐바즈는 이란에서는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공기 오염이 심한 도시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1년과 2013년 아흐바즈를 '세계 최악 공기오염 도시' 1위로 발표했다.
당시 아흐바즈의 미세먼지(PM10) 농도 연간 평균치는 무려 370㎍/㎥가 넘었다. WHO의 권고 기준(20㎍/㎥)과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다.
악명높은 아흐바즈의 공기오염 원인은 천재와 인재가 섞인 결과다.
주변이 사막 지대인 탓에 모래바람이 심하고 가까운 이라크에서도 '황사'가 몰려온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수 년간 가뭄이 이어졌다.
이란의 대표적인 유전지대인 탓에 매연이 끊이지 않고, 도시를 종단하는 카룬 강 상류에 댐을 지어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달 말부터 모래 폭풍과 함께 가끔 비가 내렸는데, 대기 중 먼지가 섞인 '진흙비'가 내리는 바람에 발전소 가동이 중단돼 전기와 상수도가 끊기면서 주민의 불만이 폭발했다.
정부 당국은 19일 불법 시위를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시위는 잦아들었지만, 대책 마련에 부심한 모습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20일 "쿠제스탄 주의 공기 오염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라며 "주민이 겪는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3일 아흐바즈를 방문, 민심을 달랠 예정이다.
또 3천억 리알(약 900만 달러)의 예산을 쿠제스탄 주의 환경 개선을 위해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아흐바즈에서 열린 이례적인 항의 시위를 두고 이란의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의 매체는 '반정부 운동'이라면서 정치적 의미를 부각했다.
아흐바즈에 아랍계 주민이 상당수 있어 이란 정부에 대한 불만이 잠재한 곳이라는 것이다. 또 이란 정부가 급격히 산유량을 늘리면서 카룬 강의 물을 유전에 끌어 쓰는 바람에 주민이 불편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정부 소유의 알아라비야는 22일 '아흐바즈의 시위-곧 다가올 일의 전조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기 오염에서 촉발된 이번 시위가 이란 체제를 반대하는 저항 운동으로 번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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