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집권당 분당 수순…포퓰리즘 정당 반사이익 얻나

입력 2017-02-22 20:16  

이탈리아 집권당 분당 수순…포퓰리즘 정당 반사이익 얻나

집권 민주당 내 소수파, 렌치 전 총리에 반발해 탈당 선언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내년 2월 총선을 앞당기자는 요구가 거센 이탈리아에서 집권 민주당이 내분으로 분당 수순을 밟게 됐다. 이에 따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주장하는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전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를 지낸 로베르토 스페란차 의원이 이끄는 민주당 소수파는 21일 자신들이 사실상 민주당에서 분리됐다며 향후 민주당의 회의나 전당 대회 등 당의 주요 행사에 더 이상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스페란차 의원은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에 "우리는 새로운 길을 시작해야 한다"며 "전통적인 우리의 기반에서 노동자, 젊은이, 교사들을 몰아낸 정책을 바로잡는 것을 목표로, 새로운 이탈리아 중도좌파 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길로 나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 소수파는 당 대표를 맡아온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조기 총선의 수순으로 당 전당 대회를 오는 5월로 앞당겨 실시하는 것을 밀어붙이자 이에 반발하며 탈당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작년 12월 상원 대폭 축소를 뼈대로 한 정치개혁 국민투표가 큰 표차로 부결된 것의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사퇴한 렌치 전 총리는 활력을 잃은 이탈리아 경제를 되살리고, 정치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새로운 전기가 필요하다며 조기 총선을 주장하고 있다.

조기 총선을 통해 다시 총리직 복귀를 노리고 있는 그는 지난 19일 열린 민주당 회의에서 당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며, 동시에 조기 전당 대회를 통해 당 대표에 재도전할 것을 공식화했다. 당 대표에 재선돼 차기 총선을 승리로 이끈 뒤 총리직을 탈환한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베르사니를 필두로 한 민주당 소수파는 이에 대해 "렌치가 국민투표 패배의 반성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다시 당을 이끌 생각을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당을 박차고 나가는 것을 선택했다.

렌치가 당을 너무 오른쪽으로 끌고 간다고 비난해온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 소수파는 작년 12월 헌법개혁 국민투표 선거 운동 때부터 반대 투표를 독려하며 렌치에게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어 이번 분당 사태를 예고했다.

제1야당 오성운동, 극우정당 북부동맹 등 야당들도 한 목소리로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소수파는 정국 안정을 위해서는 원래 예정대로 내년 2월에 총선을 치러야 하고, 이때까지는 렌치의 뒤를 이어 총리에 오른 파올로 젠틸로니 내각이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이야기해 왔다.


지난 19일 당 집회에서 "분열보다 더 나쁜 단어는 '협박'"이라고 말하며 반대파의 주장을 일축한 렌치 전 총리는 소수파의 분당 선언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일부가 우리 공동체를 떠나기로 한다면 이 결정은 우리를 아프게 할 것이고, 가지 말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면서도 "당과 이탈리아에 대한 토론을 또 다시 멈출 수는 없다. 이제 앞으로 나아갈 때"라고 강조했다.

역시 반(反) 렌치파로 탈당이 예상되던 미켈레 에밀리아노 주지사가 민주당 지지 기반이 약한 남부에서의 지지세를 등에 업고 렌치 전 총리에 맞서 당권 도전을 공언하긴 했으나 현재 판세로라면 렌치 전 총리는 무난히 당 대표에 재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탈당파가 주도하는 새로운 중도좌파 정당은 민주당의 지지율을 5∼8% 잠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경우 현재 30% 안팎의 민주당과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오성운동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다.

10년 전 민주당을 창시한 당사자 중 한 명인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는 이에 대해 포퓰리스트 세력이 급부상하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당의 분열은 "정치적 자살 행위"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렌치 전 총리에 의해 2014년 초 사실상 총리직에서 축출된 엔리코 레타 전 총리는 분열의 책임을 렌치 총리에게 돌리면서도 "이런 식으로 끝내선 안된다. 어떤 것을 무너뜨리긴 쉬워도 다시 만들기는 어려운 법"이라며 당의 단합을 호소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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