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날로아주 출신으로 3번째 추방…심적 고통 호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미국에서 추방된 40대 멕시코 남성이 다리 위에서 투신자살했다.
22일(현지시간) 멕시코 방송 텔레비사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과달루페 올리바스 발렌시아(44)는 전날 오전 8시 20분께 미 샌디에이고와 티후아나를 잇는 국경검문소인 엘 차파랄에서 불과 수 미터 떨어진 다리 난간 위에서 강으로 스스로 몸을 던졌다.
미 이민세관 집행국(ICE)에 의해 3번째로 쫓겨난 올리바스는 추방된 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투신했다.
그는 다리 밑에서 개인 소지품을 담을 수 있도록 ICE가 지급한 비닐봉지와 함께 발견돼 오전 9시께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심폐 정지와 충격에 의한 머리 부상 등으로 결국 숨졌다.
목격자들은 올리바스가 추방될 당시 멕시코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다고 소리치는 등 극심한 심적 고통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멕시코 당국이 가방 안에 있던 신원 서류를 확인해 보니 올리바스는 멕시코 북서부 시날로아주 출신이었다.
시날로아 주는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이 이끄는 시날로아 카르텔의 본거지로, 마약범죄 조직의 살인과 폭력이 난무하고 빈곤이 심한 지역이다.
많은 멕시코인이 이런 이유로 고향을 등지고 미국에서의 성공을 꿈꾸며 국경을 몰래 넘는다. 폐쇄적인 엘리트 관료주의와 부정부패가 심한 멕시코에서 빈곤층의 자녀가 자신의 노력으로 훌륭한 교육을 받더라도 사회적으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올리바스가 투신자살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미 국토안보부가 존 켈리 장관 명의로 불법체류자 단속과 추방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2건의 이민 관련 행정각서를 발표한 날이다.
미국 내 불법 체류자는 1천100만 명으로 추산되며, 대부분은 멕시코인들이다.
이달 초에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미국에서 14년간 불법체류한 과달루페 가르시아 데 라요스가 연례 면담을 위해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있는 ICE를 방문했다가 즉각 구금돼 고국 멕시코로 추방됐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부터 이틀간 멕시코를 방문한다.
두 장관은 23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만나 국경보안, 법 집행 협조, 무역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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