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주말 기온 급강하·폭풍 예보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긴 겨울, 매서운 추위와 폭설로 유명한 미국 시카고 일원이 올겨울 극심한 이상고온 현상을 겪고 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워싱턴 포스트 등에 따르면 시카고 지역 낮 최고 기온이 엿새째 20℃대에 육박하며 연일 화창한 봄 날씨를 보였다.
시카고 시 공식 기상관측소가 있는 오헤어국제공항의 수은주는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 연속 21℃ 이상 올라갔고, 21일에는 19℃, 22일에는 20℃를 넘었다. 22일 기준 최고 기온 기록은 1922년 수립된 20℃다.
예년 같으면 폭설과 영하 20~30℃의 북극성 한파로 몸살을 앓을 때, 잔디에 물이 오르고 곳곳에서 꽃들이 새움을 틔우는 등 5월을 방불케 하는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달 들어 날짜별 최고 기온 기록이 2천805건이나 수립됐다. 반면 최저 기온 기록은 27건에 불과했다.
최근 수년간 기록적인 강추위로 수면의 최대 90%가 얼음으로 뒤덮이곤 했던 세계 최대 담수호군 오대호에도 현재 얼음이 전혀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상고온 현상이 사과와 가을밀 등 겨울철 휴면기가 필요한 농작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 역시 외투가 필요 없는 2월 날씨를 즐기면서도 어리둥절하고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시카고 주민 야시라 메시(33)는 "2월에 이렇게 따뜻한 것은 평생 처음 경험한다"며 "갑자기 눈 폭풍이 닥치지는 않을까, 이러다 6월에 눈이 오는 건 아닌가 두려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시카고 일원의 이같은 이상고온 행진이 24일을 기해 일단락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로키산맥 서쪽에서 밀려온 찬 공기와 남서부에서 북동진해온 이상고온 기류가 시카고 일원에서 만나 24일 오후 늦게부터 강풍과 뇌우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기온이 0℃까지 급강하할 것이란 전망이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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