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레일·중앙분리대 연속 들이받고 추락…"잠에서 깨니 아수라장"
빗길이라 스키드마크 확인 안돼…경찰 블랙박스·목격자 확보 주력
(단양=연합뉴스) 공병설 김형우 이승민 기자 = 22일 발생한 금오공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관광버스 추락 사고는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45명을 태우고 빗길을 달리던 버스가 사고를 당해 자칫 큰 인명 피해가 날 수 있었지만, 타고 있던 대부분 학생이 안전벨트를 착용해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23일 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과 버스에 탑승했던 학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고버스는 22일 오후 5시30분께 충북 단양군 적성면 각기리 중앙고속도로 춘천 방향 260.5㎞ 지점을 지나다 갑자기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지점은 내리막 경사에 약간 왼쪽으로 굽은 곳이었다.
많은 학생이 잠들어 있던 시간이어서 사고 직전 상황을 정확히 목격한 학생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속도로 2차로를 달리던 버스는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오른쪽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반대쪽으로 튕겨 나가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기우뚱 균형을 잃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후 다시 오른쪽으로 쏠리면서 가드레일을 뚫고 그대로 도로 밖으로 떨어져 추락한 뒤 2바퀴 반을 구르고 옆으로 전복됐다.
한 학생은 "사고 당시 꽤 많은 비가 내리던 상황이었고, 버스가 과속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정상 주행 중이었는데 갑자기 기우뚱하더니 가드레일과 중앙분리대를 차례로 들이받고 추락했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버스가 추락, 큰 충격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깬 학생들은 깨진 창문 등을 통해 자력으로 버스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버스가 앞부분부터 추락한 터라 앞자리에 앉았던 학생들의 피해가 컸다. 학생들은 앉은 상태에서 머리가 땅에 부딪히는 것 같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추락 후 앞쪽 지붕이 찌그러지면서 운전자와 앞좌석 학생들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추락 당시 버스 운전석이 있는 왼쪽 모서리 부분이 먼저 부딪치는 바람에 운전자 이모(62)씨가 가장 크게 다쳤다.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이 씨는 119구조대가 처음 발견했을 당시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지만 이미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다.
경찰은 사고 경위와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사고 순간을 정확히 목격했다는 학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사고버스는 신입생과 재학생, 교직원 등 1천600여명을 태운 오리엔테이션 참가 버스 45대 중 39호차였다.
사고버스를 뒤따라 가던 버스 운전자는 "앞차가 갑자기 빗길에 미끄러지는 게 보였다. 버스 앞에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경찰에 말했다.
경찰은 과속을 비롯해 안전운전 불이행 여부를 조사 중이지만, 사고 당시 내린 많은 비에 도로가 젖은 상태여서 바퀴가 미끄러진 흔적인 스키드마크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다.
또 사고 충격으로 튕겨 나간 버스의 블랙박스를 찾고 있지만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운전자가 숨진 상태에서 사고 당시 정황을 알려줄 자료마저 부족해 사고원인을 조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금오공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학교 사고대책본부 안팎에서는 "사고 직전 야생동물이 도로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도 돌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직전 상황이 가장 중요한데 직접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가리기 위해 사고현장을 추가 조사하고 블랙박스 수색 작업을 계속하는 한편, 목격자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사고로 운전자 이씨가 숨지고 학생 2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나머지 학생들은 경상이나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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