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간첩 출신 김동식 "김정남 암살, 김정은 지시 따른 테러"

입력 2017-02-23 10:00   수정 2017-02-23 14:40

남파간첩 출신 김동식 "김정남 암살, 김정은 지시 따른 테러"

"김정은이 암살 최종결정권자…정찰총국 해외정보국 주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남파 간첩 출신인 김동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원은 23일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으로 볼 때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북한 공작기관이 치밀하게 준비해 실행한 테러공작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1995년 남파 간첩을 대동, 월북하라는 지시를 받고 충남 부여에 침투했다가 군경과 총격전 끝에 생포돼 전향했다.

그는 '김정남 암살 배경과 파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의 지시 또는 최소한 김정은의 허락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정남 암살의 최종 결정권자는 김정은이라고 할 수 있다"며 "단순한 대남침투의 경우에도 김정은의 지시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김정남 암살과 같은 중요한 공작은 김정은의 지시나 허락 없이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또한 "8명이 조직적으로 김정남 암살 공작에 가담했고, 이들이 신속하게 북한과 말레이시아를 오가며 김정남 암살을 치밀하게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김정남 암살 공작을 주도한 부서는 정찰총국 소속의 해외정보국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찰총국에는 해외정보국, 작전국, 정찰국 등 3개의 공작부서가 있다. 해외정보국은 테러를 전문으로 하는 공작조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원은 "해외정보국은 그 전신인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 시절부터 테러조를 만들어 운영해왔다"며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가 본격적으로 테러전문 공작조를 만들어 운영한 시점은 1984년이다. 당시 김정일정치군사대학 졸업생들 가운데 격술(擊術)을 잘하고 육체적 능력이 특별히 좋은 5~6명의 인원을 선발해 외국어교육과 함께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을 지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김정남과 그의 아들 김한솔이 김정은을 독재자라고 비난하고, 3대 세습에 대해서도 비판해 김정은의 비위를 강하게 건드린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하나는 외부에서 김정남을 김정은 제거 이후 북한을 이끌어갈 대체 인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도 김정은이 김정남 제거 결심을 굳히는 이유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김정일 생일(광명정설) 앞두고 장남인 김정남이 암살된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 공작부서가 김정일 생일을 앞둔 시점에 의도적으로 어떤 구실을 붙여 김정남을 말레이시아로 유인했다면 그가 김정일 생일 전에 암살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며 공작부서가 김정일 생일을 맞아 김정남 제거 임수를 완수하겠다고 김정은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남 암살의 특징에 대해서는 "제3자를 시켜 대상을 제거하는 '청부살인' 방식에다 '장난'이라는 형식을 추가해 감행했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정남 암살 사건은 돈도 많이 들이지 않고 테러범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상대를 죽게 하는 행동인 줄 모르고 테러에 가담했고, 그 결과 암살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청부살인과는 다르다"며 "이에 따라 김정남을 암살하는 데 사용한 방식을 '청부 장난살인'이라고 하는 것이며, 이 방식은 새로운 살인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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