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러시아가 일본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에 사단 규모의 군대를 연내에 새로 배치키로 해 영토협상에서 어떻게든 진전을 보려는 일본이 당혹해 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2일 러시아 하원에 출석해 국경 부근의 방어방침을 설명하는 가운데 쿠릴열도를 포함한 섬 지역과 관련, "우리 섬들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올해 중 사단 규모의 군대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NHK는 러시아의 이런 계획이 일본과의 대화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북방영토가 자국 영토라는 입장에 따라 이 지역의 방위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북방영토를 장기적으로 군의 거점으로 삼으려는 생각을 확실히 드러낸 것으로 해석했다.
쇼이구 장관은 새로 배치할 사단의 규모와 배치장소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러시아군의 1개 사단은 5천~2만 명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4개 주요 섬중 구나시리(러시아명 쿠나시르)와 에토로후(러시아명 이투룹)에는 현재 3천500명 규모의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구나시리와 에토로후에 군 관계자와 가족용 주택과 학교 등 관련 시설 건설을 추진해 왔으며 열도 중앙에 있는 마쓰와도에도 군사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작년에 구나시리와 에토로후에 신형 지대함미사일도 배치했다.
일본과 러시아는 3월 중 도쿄(東京)에서 북방영토에서의 공동경제활동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외무차관회의와 외무·국방장관이 참석하는 2+2회담을 개최하는 등 대화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다음 달로 예정된 일련의 회담을 앞두고 나온 러시아의 이번 발표로 북방영토문제에서 진전을 이뤄 평화조약 체결을 끌어낸다는 일본의 계획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고쓰키 도요히사(上月豊久) 러시아 주재 일본 대사는 쇼이구 장관의 발언이 나온 후 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의 북방영토 배치는 "일본의 기본 입장과 맞지 않는 것으로 유감"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에 앞서 이달 중순 러시아가 이름이 없던 쿠릴열도 무인도 5개에 옛 소련과 러시아 정치가, 군인 등의 이름을 붙였을 때도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고유의 영토에 러시아의 이름을 붙인 건 유감"이라며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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