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미국 4대 항공사의 하나를 인수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왔다.
2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라지브 랄와니 애널리스트는 버핏이 지주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지난해 4대 항공사의 주식을 사들인 것은 인수를 위한 첫걸음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랄와니 애널리스트는 22일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우리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한 항공사를 전면 인수하는 것이 가능하며 특히 이들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는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하반기에 델타와 유나이티드 컨티넨털, 아메리칸, 사우스웨스트 등 4개 항공사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워런 버핏이 오랫동안 항공사 주식을 기피했다는 점에서 버크셔 해서웨이가 이들 항공사의 주식을 사들인 것은 시장을 놀라게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10년 전 철도회사 주식을 매수한 사례를 상기시켰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10년 철도회사인 벌링턴 노던 산타페(BNSF)의 주식 77.5%를 260억 달러에 사들인 바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그 이전에 BNSF는 물론 유니언 퍼시픽과 노퍽 서던 등 철도회사들의 주식도 일부 보유하고 있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BNSF를 인수한 뒤 다른 철도회사의 주식은 모두 처분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찰스 멍거 부회장은 지난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철도는 80년간 형편 없는 사업이었지만 결국은 4개 회사로 합쳐지면서 호전됐다"고 말하고 "항공업계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철도와 항공업계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전국 곳곳에 철도를 부설하는 것보다 항공업계에 새로 진출하는 기업이 비행기를 사들이고 운영하는 일은 더 쉬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6대 항공사들은 연료가격 하락,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자 감소에 힘입어 지난해 모두 140억 달러의 순익을 기록해 5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그 이전 10년 동안 500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모건스탠리의 랄와니 애널리스트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주식을 사들인 4대 항공사 가운데 사우스웨스트가 유력한 인수 대상이라고 점쳤다. 사우스웨스트의 자금 사정과 비용 구조, 경영상태가 좋다는 점이 근거다.
버핏 본인도 사우스웨스트 항공과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허브 켈러허를 공개적으로 호평한 적이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9월 30일 현재 800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버핏이 대주주인 크래프트 하인즈가 최근 영국의 유니레버 인수를 시도했다가 자진 철회하면서 버크셔 해서웨이로서는 충분한 여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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