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유토피아·나쁜여자 전성시대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 =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페미니즘 활동가인 린디 웨스트가 여성혐오와 맞서 싸운 기록.
어린 시절 '뚱뚱한 여자'로서 자기혐오에 빠졌던 저자는 오히려 자신의 몸을 무기로 활용해 여성혐오·비만혐오에 문제를 제기한다. 강간을 유머 소재로 끌어들이는 코미디언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온라인의 여성혐오 발언을 방치한 트위터로부터 사과를 받아낸다. 뚱뚱한 사람을 바라보는 경멸 섞인 시선과도 싸운다. "뚱뚱한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미 그들의 삶을 충분히 복잡하게 만들어놓은 질병이나 장애를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서적·금전적 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여성혐오는 주로 외모에 대한 차별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저자가 뚱뚱하다는 이유로 겪는 모욕은 여성의 몸이 사회적으로 통제된 결과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부디 잊지 말기 바란다. 나는 내 몸이라는 사실을. 내 몸이 작아진다 해도 그것은 나고, 커진다 해도 그것 역시 나다."
세종서적. 정혜윤 옮김. 376쪽. 1만5천800원.
▲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 집에서는 취미가 아니라면 음식을 하지 않는다. 성희롱을 피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남자친구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된다. 소년들에게만 야망을 가지라고 말하지 않는다. 종교는 율법과 속죄 대신 자유와 생명력을 이야기한다. 여류 감독, 여성 작가, 여의사, 여편네 같은 말도 없다.
한국과 미국의 페미니스트 64명이 각자 상상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를 픽션·에세이·인터뷰·시·시각예술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렸다. 저자들은 머리말에 "이 책이 페미니즘적 상상력에 불을 붙여서 당신이 더 크고 더 기상천외한 꿈을 꿀 수 있으면,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 야심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으면 좋겠다"고 썼다.
휴머니스트. 리아 페이-베르귀스트·정희진 외 지음. 김지선 옮김. 424쪽. 1만8천원.
▲ 나쁜여자 전성시대 = 1967∼1975년 미국 급진 페미니즘(radical feminism)의 흥망성쇠를 기록한 책.
급진 페미니즘은 여성억압이 사회의 모든 억압 중 가장 기본적이라고 주장한 사상이자 실천운동이었다. 여성을 남성과 똑같이 공적 영역에 통합하려는 자유주의 페미니즘, 사회주의 혁명이 여성해방을 가져온다는 '운동권'의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모두 거부했다. '나쁜 여자 되기'를 주저하지 않은 급진 페미니스트들은 조건 없는 낙태를 요구하며 의회를 시끄럽게 하고 미스아메리카 행사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급진 페미니즘은 크게 세 가지 명제로 요약된다.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진다',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자매애는 강하다'.
이매진. 앨리스 에콜스 지음. 유강은 옮김. 544쪽. 2만7천원.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