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찾는 조선업] 거제·통영, '불황터널' 탈출 총력전

입력 2017-02-25 10:00   수정 2017-02-26 18:03

[희망 찾는 조선업] 거제·통영, '불황터널' 탈출 총력전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에 사활…관광인프라 확충에도 승부수

조선소 노조 "수주 적극 협조"…희망섞인 기대감 '솔솔'

(거제·통영=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경남 거제와 통영은 지금 '불황 터널' 속을 지나는 모습이다.

지역을 전국에서 손꼽는 부자동네로 만들어줬던 조선업이 2015년부터 '수주 절벽'에 빠지면서 주택·토지가격은 급락하고 소비 또한 급격히 위축됐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 협력업체에서 시작된 감원 바람은 조선소 정규직에까지 치고 들어왔다.

시민들은 물론 자치단체와 경제단체 등은 조선소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무급휴가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깊은 실의에 빠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충격'도 거뜬히 이겨낸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들어 조금씩 기운을 내기 시작했다.

외국으로부터 가장 반가운 선박 수주 소식이 하나 둘 들려왔다.

때마침 거제에 들어설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추진에도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

조선업 침체를 두고 볼 수만 없다며 관광업 진흥에 나선 거제시와 함께 인접한 통영시에서는 케이블카에 이은 회심작으로 선보인 '루지'가 인기를 끌면서 벌써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남해안 절경을 배경으로 호텔과 리조트, 골프장 등도 추진되고 있어 지역경제가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생겨나고 있다.


◇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성공에 '사활'

거제시는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에 사활이 걸린 듯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23일 경남 거제시 사등면 사곡리.

앞쪽은 넓게 펼쳐진 바다이고 야트막한 농지에는 논농사와 밭농사가 이뤄지고 있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곧바로 삼성중공업 조선소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곧 거제시의 '새로운 역사'가 펼쳐진다.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이 바로 그것이다.

산단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공유수면매립심의'가 지난 14일 해수부에서 마침내 통과됐다.

애초 해안선을 잘라내고 바다에 토사를 넣고 하는 일이 해양 생태계 파괴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산단이 거제시와 국내 조선업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시와 경남도의 설득에 해수부는 손을 들었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해수부 중앙연안관리심의회에서 "산단 조성을 통해 산·학·연 클러스터를 만들어 해양플랜트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역설해 심의회 위원들로부터 지지를 끌어냈다.

지난 2년간 산단 조성 문제로 속앓이를 했던 거제시 공무원들은 요즘 신이 난 표정이다.

남은 것은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와 국토부 중앙산업단지계획심의회 정도이다.

다음 달부터 시작될 환경영향평가 등은 공유수면매립 승인보다는 덜 까다롭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산단 조성은 이르면 하반기부터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산단은 조선 불황으로 지역경제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제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올들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조선 수주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산단 조성에는 무려 1조8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그런데 이 자금은 모두 입주 희망 기업들이 충당한다.

시는 부지를 제공하고 사업비는 모두 기업들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현재 30여개 기업이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정부 주도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와 실수요자, 금융, 건설사가 손잡는 방식으로 산단을 조성하는 만큼 실수요 기업들이 사업비 전액을 부담한다.

산업연구원은 산단이 준공되고 본궤도에 오르는 2030년 기준 7조2천억원 상당의 생산유발 효과와 6만1천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예상했다.

입주를 계획하고 있는 한 기업체 대표는 "산단에 입주하면 연구개발을 통해 해양플랜트 모듈, 특수기자재, 신소재 부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부품 조달, 인력 확보, 수송 등 산업 집적화를 통한 클러스터를 구축해 생산비용을 줄이는 등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기술개발을 통해 양대 조선소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5년쯤 뒤면 바다와 농경지밖에 없는 현재의 사곡 일대 570만㎡에는 조선기자재 등의 생산업체와 연구시설들이 빼곡히 들어선다.

시 관계자는 "조선 3사가 해양플랜트 부문 기술력 및 기자재 국산화율 저조로 큰 손실을 보았지만 향후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해양플랜트 시장이 확대되면 산단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거제·통영, 관광인프라 확충에 승부수

거제 해양플랜트 조성 예정지에서 부산 쪽으로 달리다 보면 거가대교가 나온다.

거가대교에 오르기 전 오른쪽에 있는 장목에선 현재 한화호텔리조트 건설이 한창이다.

거제의 관광인프라 구축사업의 상징이다.

한화호텔리조트 건설에는 2천억원이 투입되며,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북부권인 장목관광단지에는 호텔과 리조트 등을 갖춘 또 다른 종합휴양관광지가 들어선다.

투자 규모는 모두 4천200억원에 달한다.

공사 기간은 3~4년으로 현재 거제시와 건설업체가 투자 문제를 논의 중이다.

남부면에는 거제에서 3번째 골프장이 조성된다.

사업자가 현재 80% 이상 토지를 매입한 상태여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 착공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한화호텔리조트가 완공되면 영업중인 대명리조트와 함께 거제의 고급 숙박시설이 대폭 확충되면서 부산 등지의 관광객들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이 과거처럼 호황기를 누리기 어렵다고 보고 관광인프라를 확충함으로써 지역 산업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일인 지난 20일 오후 통영시 도남동 통영케이블카 인근 체험형 썰매 '루지' 매표소.

수백여명의 관광객들이 루지를 타기 위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청소년들과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표를 사는 데 1시간, 루지 탑승용 리프트를 타는 데 1시간, 다시 루지를 타는 데 10여분을 기다려도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지난 10일 개장한 루지는 통영에 또 다른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주말과 휴일에는 최소 2시간, 길게는 3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이용객 1천100만명을 돌파한 통영케이블카와 함께 루지는 통영 관광을 이끌 '쌍두마차'로 떠올랐다.

조선업 비중을 낮춰온 통영시는 관광인프라 확대에 부심하고 있다.

파크랜드 병선마당, 서피랑공원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시설을 구축한다.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 불만 가운데 하나인 고급 숙박시설도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통영국제음악당 바로 옆에 신축되고 있는 '스탠포드호텔&리조트'는 올 상반기 완공된다.

객실 150개와 콘도 118실 등이 들어서 고급 숙박시설난을 한층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통영은 거제와 달리 일찌감치 조선업 비중을 점차 낮추고 관광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조선 불황의 직접적인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관광산업 비중을 꾸준히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희망섞인 기대감 '솔솔' 피어오르는 거제시

지난 23일 거제 중심가 고현동.

곳곳에는 유명 메이커 의류매장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유명 식음료 체인점도 성업 중이다.



이곳에서 만난 40대 한 시민(회사원)은 "조선 불황으로 지역경제가 좀 나쁘기는 하지만 분명히 회복될 것으로 믿는다"며 "지금은 조선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조선 불황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던 거제시에서는 요즘 희망 섞인 기대감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식당 등 지역상권이 과거 조선 호황기 때보다는 못하지만 삼성중공업의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 대우조선해양도 수주 조짐을 보이자 점차 조선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 임성일 정책실장은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하반기부터는 수주가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특히 내년부터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낡은 선박 대체수요에 따른 수주 확대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측이 수주 과정에서 노조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알려오면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이번 고비만 넘기면 조선업은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시민 황모(47)씨는 "조선소가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봐 온 거제 토박이로서 조선소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시와 정부가 조선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결해 주고 지역 상인들도 가격 인하 등 조선소 직원 기 살리기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부장급 사원은 "지금 조선업 회복을 말하기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수주 회복, 유가 상승 등을 감안할 때 희망을 품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ky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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