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구속영장 기각률 24.9%, 경찰은 17.2%…향후 논의 주목
"사건 경중·규모 등 단순비교 한계" vs "무리한 청구 있다는 방증"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규정한 헌법 조항을 두고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가열되는 가운데, 영장 청구권을 독점한 검찰의 영장 기각률이 오히려 경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법원행정처 통계에 따르면 2013∼2015년 검찰이 전국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 2만2천720건 가운데 5천659건이 기각돼 24.9%의 기각률을 보였다.
검찰보다 훨씬 많은 사건을 다루는 경찰은 같은 기간 검찰을 통해 구속영장 8만3천585건을 청구했다. 기각률은 17.2%(1만4천365건)로 검찰보다 낮았다.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은 검찰이 3.2%, 경찰이 0.75%였고, 체포영장 기각률은 검찰 1.9%, 경찰 1.3%로 역시 검찰이 직접 청구했을 때의 기각률이 높았다.
현행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며 영장 청구 주체로서 검찰의 독점적 지위를 규정했다.
이 때문에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영장을 발부받으려면 일단 검찰에 '신청'하고, 검찰이 이를 검토해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를 거친다. 신청 단계에서 검찰이 청구를 거부하면 영장을 발부받을 다른 방법은 없다.
검찰은 경찰력·수사권 남용으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막으려면 법률 전문가인 검사가 영장 청구를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은 기각률 통계만으로도 검찰 주장에 논리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지적한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주장대로라면 전문성이 높은 검찰이 직접 작성한 영장이 더 많이 발부돼야 옳다"며 "발부되기 어려운 영장도 검찰이 무리하게 청구했다는 방증인 만큼 인권보호와는 무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수사 현실상 검찰은 상대적으로 경찰보다 복잡하거나 규모가 크고 어려운 사건을 처리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기각률만으로 단순비교는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경찰은 헌법에 검사를 영장 청구 주체로 명시한 사례를 세계적으로 찾기 어렵다며 해당 조항 개정을 요구해 왔다. 영장 발부 여부를 법원이 판단해 인권침해를 막는 것이 영장주의의 본질이지, 청구 주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아울러 경찰이 검사 비위를 수사할 때 검찰이 영장 청구권을 악용해 수사를 방해하는 '제 식구 챙기기' 사례도 그간 적지 않았다고 경찰은 주장한다.
2012년 경찰이 김광준 당시 서울고검 검사의 뇌물수수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계좌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청구하지 않고, 특임검사를 임명해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것은 경찰이 꼽는 '사건 가로채기'의 대표 사례다.
2013년에는 현직 부장검사의 친형이던 전 세무서장을 경찰이 수사하면서 압수수색영장과 구속영장을 7차례 신청했으나 검찰이 한 차례도 청구하지 않아 경찰의 반발을 산 일도 있었다.
작년 '스폰서 부장검사' 등 잇따른 검사 비위로 검찰 개혁 여론이 높아진 데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헌법에서 삭제하는 개헌안까지 거론돼 검·경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어서 법 개정을 포함한 향후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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