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사에 사상 초유 '영업정지' 철퇴

입력 2017-02-24 00:29   수정 2017-02-24 10:19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사에 사상 초유 '영업정지' 철퇴

제재심, 8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결정…논란 3년 만에 종지부 찍나

삼성·한화생명 CEO 문책경고…연임 가도에 빨간불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명보험사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수준이다.

금감원이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사안으로 회사에 영업 일부정지 제재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생명[032830]과 한화생명 최고경영자(CEO)는 줄줄이 물러나야 할 위기에 처했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 검사를 벌인 지 3년 만에 '철퇴'를 휘두르는 것으로, 보험금 미지급 건을 강력히 제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8시간 마라톤 회의 끝 중징계 결정

금융감독원이 23일 오후 2시 자살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삼성·교보·한화생명 3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 위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 때까지만 해도 당일 결론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법리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안이 많아 감경 여부와 제재 대상이 되는 위법행위 기간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들은 오후 10시까지 8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하며 중징계를 결정했다.

한 제재심의 위원은 "위원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중징계에 합의했다"며 "보험사가 보험 계약자와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보험사 제재 절차에 돌입한 것은 2014년 초다.

약관에 명시된 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2014년 ING생명을 제재했지만, ING생명이 이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내면서 다른 보험사들에 대한 제재 절차도 중단됐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약관대로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일부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이 여전히 문제였다.

대법원이 지난해 9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놓자 대형 보험사들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대형 3사 외의 다른 보험사들은 모두 전액 지급을 결정했다.

금감원은 같은 해 11월 대법원 판결에도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삼성·교보·한화생명에 중징계를 통보했다.



◇ '꼼수' 지급 안 통했다…"보험계약자와 약속 지켜야"

생보 3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가른 것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미지급 규모다.

보험금청구 소멸시효 2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주지 않은 자살보험금 규모는 삼성생명이 1천608억원, 교보생명 1천134억원, 한화생명이 1천50억원가량이다.

금감원이 중징계를 예고하자 보험사들은 금감원이 약관을 지키지 않은 보험사들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생긴 2011년 1월 24일이나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감원 지도가 내려온 시점을 계산해서 보험금을 일부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는 제재를 피해 보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교보생명이 167억원, 한화생명이 160억원, 삼성생명이 400억원 등 미지급 보험금 15∼25%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금감원의 입장은 강경했다.

약관에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써놨는데 실제로는 고객에게 일반사망보험금만 줬기 때문에 그 자체가 보험업법 위반이라는 게 금감원 입장이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보다 2∼3배 많다.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에서 "회사는 약관에 피보험자가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기재하였음에도 해당 보험금을 고의적으로 지급하지 않았고 재해사망보험금 부지급 사유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제재심 당일날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건을 지급하겠다고 백기를 든 교보생명에 대한 제재 수위만 일부 감경됐을 뿐 삼성·한화생명은 예고한 대로 중징계를 받았다.



◇ 3사 줄줄이 영업 일부정지…CEO 연임 어려워져

보험사들에 대한 영업 일부정지 기간은 삼성생명이 3개월, 한화[000880]가 2개월, 교보는 1개월이다.

회사는 경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받아도 1년 안에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고 영업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이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영업 일부정지로 이번에 문제가 된 재해사망보험금 보장 관련 상품을 새롭게 팔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 영업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CEO다. CEO가 문책경고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해임권고를 받으면 5년간 임원 선임이 불가능하다.

교보생명은 최악의 경우 오너이자 대표이사인 신창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미지급 건 지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CEO 문책경고가 확정될 경우 당장 삼성생명 김창수 사장과 한화생명 차남규 사장의 연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전날 이사회에서 연임 안건이 의결된 김창수 사장은 다음 달 주주총회 승인을 받으면 정식 연임이 되는 상황인데,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의 경우 2012년부터 사장을 맡아 연달아 연임하고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날 제재심 결정은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결론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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