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모레노 후보 1위 했지만 40% 못 넘겨…보수층 결집 등이 변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지난 19일(현지시간) 실시된 에콰도르 대선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23일 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99.5%의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좌파 집권 여당인 국가연합당(알리안사 파이스)을 대표하는 레닌 모레노(63) 후보가 유효 투표수의 39.3%를 얻어 선두를 차지했다.
그 뒤로 우파 야당 기회창조당(CREO)의 기예르모 라소(61) 후보가 28.1%를 득표했다.
후안 파블로 포소 선관위원장은 트위터에서 "선거규정에 따라 1차 투표에서 승리를 거둔 후보가 없는 만큼 오는 4월 2일 모레노 후보와 라소 후보 간에 결선투표가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콰도르에서 1차 투표로 대선 결과가 확정되려면 특정 후보가 유효 투표수의 과반을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득표한 가운데 2위 후보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야 한다.
모레노 후보가 11%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렸지만, 득표율이 40%를 넘지 못해 결선투표가 실시되는 것이다.
모레노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에콰도르 첫 장애인 대통령이 된다.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모레노 후보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부통령을 지내고 2013년부터 3년간 장애인 담당 유엔특사를 역임한 바 있다. 그는 부통령 시절 장애인의 권리와 이익 신장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2012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명되기도 했다.
모레노 후보는 1998년 허리에 강도의 총을 맞아 하반신이 마비됐으나 웃음 치료법으로 역경을 딛고 재기에 성공했다.
대놓고 미국에 비판적인 발언을 마다치 않는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에 견줘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며 합리적 포용력이 있는 정치가라는 평을 듣는다.
인권운동가 출신인 그는 코레아 대통령이 추진해온 빈곤 퇴치와 같은 사회복지와 경제 정책 등을 승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특히 장애인, 미혼모, 고령층에 대한 우대 정책을 비롯해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부양, 일자리 창출, 어린이 영양실조 퇴치 등을 약속했다.
대선 1차 투표와 함께 실시된 총선에서 여당이 137석 중 79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된 만큼 모레노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승리한다면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2013년 대선에서 코레아 대통령에게 패한 대선 재수생인 라소 후보는 경제부 장관과 방코 데 과야킬 은행장을 역임한 경제통이다.
그는 지난 2000년 빈곤과 소외 등에 항의, 봉기한 원주민들의 봉기로 권좌에서 쫓겨난 하밀 마우아드 전 대통령 집권 시절(1998∼2000년) 경제부 장관을 지내면서 금융위기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1999년의 금융위기는 에콰도르가 예금 계좌를 동결하고 자국 통화로 달러를 채택하는 계기가 됐다.
라소 후보는 대선 기간에 감세,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 4년 내 100만 개 일자리 창출,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정권 반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변화를 호소했다.
결선에 탈락한 보수진영의 야권 후보들이 라소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할 경우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이미 1차 투표에서 16%를 득표해 3위를 차지한 보수진영의 후보가 라소 후보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2012년 6월부터 주영국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무는 폭로 전문매체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의 거취도 결선투표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모레노 후보는 체류를 계속 허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라소 후보는 취임 후 1개월 이내 추방할 계획이다.
남미 우파 진영은 에콰도르 대선 향배를 주시하고 있다. 원유, 구리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지난 10년간의 호황이 끝난 뒤 최근 1년 6개월 사이에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 등 남미에서 나타난 좌파 퇴조 현상이 에콰도르에서도 일어날지 주목하고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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