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 UCSD 연구원 "환자 피부에서 분리한 미생물 이용"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아토피피부염의 증상을 악화한다고 알려진 황색포도알균의 생장을 억제하는 크림이 개발됐다. 세균으로 세균을 잡는 원리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연구진은 사람 피부에서 다른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세균을 발견했으며 이를 크림에 넣어 몸에 바를 수 있게 만들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 공저자로 참여한 김진우 박사는 연합뉴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사람과 공생하는 미생물은 사실 생리활성물질의 보고(寶庫)"라며 "아토피피부염 악화 세균을 억제하는 미생물을 피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연구의 계기를 밝혔다.
연구진은 아토피피부염 환자 5명의 피부에 사는 세균을 조사한 결과 두 종(Staphylococcus epidermidis·Staphylococcus hominis)이 황색포도알균의 생장을 억제함을 확인했고, 이들에서 항균 활성을 보이는 단백질도 발견했다.
이어 세균을 환자의 몸에 바를 수 있게 크림 형태로 제작했다.
김 박사는 "항균 단백질을 바르면 치료 효과가 일회성이지만, 균 자체를 바르면 이들이 피부에 살며 단백질을 계속 생산한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크림을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병변에 발라주자 황색포도알균의 수가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여드름균과 항생제내성균 등의 생장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세균을 섞어 쓰면 효과는 더 좋았다.
크림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연구진은 임상을 통해 크림이 실제 사용 환경에서 아토피피부염 증상을 완화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는 환자의 피부에서 항생물질을 생산하는 미생물을 분리해 치료에 쓰는 '자가 미생물 이식'이라는 새 방법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UCSD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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