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매우 화났다'는 트럼프, 강대강 북핵판도 예고

입력 2017-02-24 09:15   수정 2017-02-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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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매우 화났다'는 트럼프, 강대강 북핵판도 예고

취임 한달 안돼 터진 北미사일·김정남 사건 영향받은 듯

中에 '북핵외주' 재확인…세컨더리보이콧 카드 빼들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매우 화났다"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힘에 따라 북핵 판도가 트럼프 행정부 초반부터 '강대강' 구도로 전개될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위협은 "매우 위험한 상황(very dangerous situation)"이라고 지적하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매우 늦었다"(very late)고 답했다.

후보시절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햄버거 담판'을 벌일 수 있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취임 한달여만에 북미 정상회담에 회의론을 피력한 데는 미사일 도발과 더불어 김정은 정권의 소행임이 점점 굳어지고 있는 김정남 암살 사건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 첫해인 2009년 4월 있었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오바마로 하여금 대북 관여정책(대화정책) 구상을 일찌감치 접게끔 만들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2일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의 전(前)단계 도발로, 북한 나름대로는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김정남 사건이 더해지면서 트럼프에게 '김정은과는 거래하기 어렵다'는 인상을 심었을 수 있어 보인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핵 해결 프로세스는 '강대강'의 대결구도로 출발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일찌감치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이상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인정받고, 핵동결을 위한 협상 불가피론이 확산되도록 하기 위해 조기에 추가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자신들이 원하면 북한이 야기하는 안보위협을 '아주 쉽게'(very easily), '아주 빨리'(very quickly)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법으로는 중국 역할론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17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후 처음 열린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북한의 도발을 진정시키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라"고 압박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었다.

외교가는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대북 선제타격 카드가 테이블 위에 있긴 하되 사용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그나마 가장 유효한 카드가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이런 미국의 요구를 선선히 수용할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중국은 미중 외교장관회담 직후 북한산 석탄 수입 중단을 발표함으로써 대북 압박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작년 11월 30일 채택) 이행의 맥락이었기에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대북 압박으로 보기엔 무리였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오랜 레퍼토리'인 대화론을 들고 나왔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교류를 강화하는 것을 항상 지지한다"며 제재보다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의 대북 압박 요구가 강해질수록 중국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필요성을 강조하고, 상황 전개 과정을 보아가며 실제로 대화의 판을 만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화체제 협상을 비핵화 협상과 함께 진행함으로써 북한이 미국에 대해 느끼는 '체제 안보 위협'을 해소해주는 동시에 비핵화를 추진하는 이른바 '병행협상론'을 중국이 언젠가 제기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만나는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어떤 공동의 대북 전략을 짤지 관심을 모은다. 지난 16일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윤병세 장관은 비핵화에 대한 약속없이 핵동결을 목표로 하는 협상은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미측에 전달한 바 있는데, 이 같은 한국의 입장에 미국도 전적으로 동의할지, 아니면 핵동결 협상에 대한 여지를 남길지 외교가는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지난 10일 사설을 통해 대북 핵동결 협상을 촉구한데서 보듯 미국에서는 북한의 핵무장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핵고도화를 막기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더불어 미국이 중국의 대북 압박을 '강제'할 수단으로 남겨두고 있는 세컨더리보이콧(secondary boycott) 카드 사용과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통해 트럼프의 '분노'를 행동으로 옮길지도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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