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적 용의자들, 중국 피하기 위해 먼길 돌아 북한行"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김정남 살해 혐의로 체포된 베트남 여성이 지난 1월에도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24일 보도했다.
베트남 국적 도안 티 흐엉(29)은 1월3일 하노이에서 베트남항공편으로 말레이시아로 가서 2박을 하고 나서 같은 달 5일 밤 다시 베트남항공편으로 하노이로 돌아갔다.
흐엉 용의자가 김정남 살해 범행을 하기 전달 말레이시아를 찾은 것은 북한 국적의 다른 용의자들과 만나 모의하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는 범행이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준비됐다는 걸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로 보인다.
흐엉은 이후 이달 4일 다시 말레이시아에 입국해 같은 달 13일 범행을 저질렀다.
흐엉은 베트남 하노이의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바에서 점원으로 일해온 점에 미뤄볼 때 자비로 자주 외국을 방문할 경제적인 여유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 신문은 흐엉이 범행 3~4개월 전 살던 아파트에서 퇴거할 때 집 주인에게 "한국에서 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남 살해 범행 후 북한 국적자들이 여러 나라를 거치는 복잡한 루트로 북한에 돌아간 것은 중국을 피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를 거쳐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도 말레이시아 경찰을 인용해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감시가 엄중한 중국을 피하려고 복잡한 루트의 귀국길을 택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북한으로 가는 항공편의 출발지는 중국을 제외하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가 유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공안당국은 중요 인물이 많이 탑승하는 평양행 비행기의 경우 탑승객을 엄격하게 체크하는데,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만약 중국 공항을 거친다면 김정남 살해로 심기가 불편한 중국측에 체포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 때 이란 과학자들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북한에 간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이 거친 UAE의 두바이의 경우 북한 노동자들의 이용이 많은 곳으로, 북한 국적자라는 사실이 수상하게 여겨질 가능성도 낮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