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회식에서 통가 선수단 기수를 맡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태권도 선수 피타 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34)가 스키 선수로 데뷔전을 치렀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해 내디딘 그의 첫걸음이다.
타우파토푸아는 24일(한국시간) 핀란드 라티에서 열린 2017 국제스키연맹(FIS) 노르딕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크로스컨트리 예선에 출전해 5분44초72의 기록을 냈다.
참가 선수 156명 중 153위. 1위를 차지한 세르게이 우스티우고프(러시아·3분11초72)보다는 2분 30여 초나 늦게 결승선을 통과해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래도 그는 웃었다.
타우파토푸아는 경기 후 독일 dpa통신과 인터뷰에서 "4주 전 스키를 처음 시작했을 때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하나는 12분 안에 경기를 끝내는 것, 또 하나는 나무에 들이박지 않는 것이었다"라면서 "원했던 것의 절반은 해낸 거 같아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dap통신은 "타우파토푸아의 기록은 믿을 수 없는 것이며 최하위인 아드리안 솔라노(베네수엘라) 등 다른 선수들과 달리 그는 1.6㎞ 코스에서 넘어지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개회식에서 통가 기수를 맡은 타우파토푸아는 오일을 발라 번쩍거리는 근육질의 상체를 그대로 드러낸 채 전통 복장 '투페누'를 두르고 위풍당당하게 입장해 일약 스타가 됐다.
비록 태권도 남자 80㎏초과급 첫 경기(16강전)에서 세계랭킹 3위 사자드 마르다니(이란)에게 완패를 당했지만 그는 올림픽 기간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타우파토푸아는 이번 대회 개회식에서도 통가 국기를 들었다. 다만, 추운 날씨 탓에 6개월 전과는 달리 두꺼운 스키복을 입고 입장해야 했다.
통가 사상 최초로 올림픽 태권도에 출전했던 그는 지난해 말 통가 최초의 올림픽 남자 스키선수가 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2018년 평창올림픽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타우파토푸아는 이날 "목표는 평창에 가는 것이다"라고 내년 올림픽 출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통가는 열대 기후로 연평균 기온이 섭씨 15도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을 만큼 따뜻해 동계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는 루지 종목에 선수 한 명을 출전시켰을 뿐이다.
"도전을 사랑한다"는 타우파토푸아는 앞으로 독일로 건너가 토마스 야콥으로부터 지도를 받으며 평창을 향한 꿈을 키워갈 예정이다.
야콥은 2015년 FIS 노르딕 세계선수권에서 통가 여자 선수로는 처음 출전한 마켈레타 스테판을 조련한 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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