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서 환영받지 못한 미 외교·안보 장관…미국인조차 시위

입력 2017-02-24 11:21  

멕시코서 환영받지 못한 미 외교·안보 장관…미국인조차 시위

멕시코 거주 미국인들 미 대사관 앞서 항의…야권 상원의원 19명 방문 반대 성명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이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 이민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밀레니오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수십 명의 미국인 시위대는 이날 오후 수도 멕시코시티 미 대사관 앞에서 '미국 내 멕시코 이민자의 본국 송환에 반대한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한 뒤 양국 간의 건설적인 협력 관계 증진을 요구하는 서한을 대사관에 전달했다.

서한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이주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멕시코를 방문해 150만 명의 목소리를 경청해 달라고 요청하고 양국 간 상호 존중에 기반을 둔 신중한 정책 집행을 촉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들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과 존 켈리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멕시코를 방문한 시점에 맞춰 우리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시위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가한 메리 오키프는 "우리는 멕시코의 가장 훌륭한 동반자"라면서 "나의 아이들은 멕시코인이자 미국인이지만 자신들이 왜 가치 없는 존재인지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여가 고려되지 않는 이유를 모른다"고 비판했다.

다른 시위자인 랄스턴 다링턴은 "문제의 진실은 미국에 입국하는 멕시코인들이 감소세라는 점"이라면서 "2008년 이후 미국으로 유입되는 멕시코인보다 미국서 빠져나오는 멕시코인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야권 좌파 정치인들도 이날 미국의 외교·안보 수장의 멕시코 방문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민주혁명당 소속 상원의원 19명은 이날 낸 성명에서 "두 장관은 멕시코인들을 계속 공격하는 미 정부를 대표하므로 방문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내 멕시코인과 중남미인들을 겨냥한 대규모 단속 및 추방 정책을 도입하고, 미국계 기업의 멕시코내 투자를 가로막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비판했다.

멕시코 정부 내에서도 미국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간 라 호르나다와 레포르마는 루이스 비데가라이 외교부 장관이 전날 멕시코 의원들과 한 비공개 면담에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거래를 위해 강력한 접근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멕시코산 제품에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등 상처를 주면 같이 상처를 줘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틸러슨 장관과 켈리 장관은 22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멕시코를 방문해 고위급 회담을 하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을 만났다.

이들은 양국 간 갈등을 의식한 듯 전날 멕시코 정부가 주최한 만찬에서 전통술인 테킬라를 곁들이며 친목을 다졌다.

두 장관은 이날 양국 고위급 회담 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은 없을 것이다. 이민자 단속에 군대도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멕시코의 우려와 분노를 달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penpia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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