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악어'에 잇단 경고…자본유출 통제 맞춰 금융업 감독 강화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당국이 중국인민재산보험(中國人保) 그룹의 왕인청(王銀成·57) 회장을 비리 혐의로 조사하는 등 보험업계에 칼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24일 차이신(財新)망에 따르면 중국 사정·감찰 총괄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전날 웹사이트를 통해 왕 회장을 엄중한 기율위반 혐의로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보험업에서만 35년간 잔뼈가 굵은 왕 회장은 지난달 9일 베이징 본사에서 체포됐다. 이로써 왕 회장은 올해 들어 비리로 낙마한 첫 부부급(副部級·차관급) 금융기관장이 됐다.
중국인보는 중국 국무원의 승인을 거쳐 2003년 설립된 아시아 최대의 손해보험사로 지난해 보험료 매출이 3천억 위안(49조6천억원)을 넘었다.
소식통들은 왕 회장이 체포된 이후 집무실도 곧 압수수색 조사를 받았고 그의 운전기사도 연행됐다고 전했다.
중앙기율위 감찰팀이 2015년 중국인수를 감사했을 당시 허위 비용청구, 투자결정의 타당성 검토 미흡 등 8건의 규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서 왕 회장의 비리 단서가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소식통은 왕 회장이 자신의 고향인 산시(山西)성 출신의 권력층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부정부패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으로 부패로 처벌받은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도 산시방(幇)의 일원이다.
지난 2015년 부패 혐의 조사로 낙마한 야오강(姚剛·55) 전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부주석도 링지화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왕 회장 조사 사실의 공개는 중국 정부당국이 금융분야의 불법 부당 행위에 대한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최근 자본유출 통제가 강화되는 것과 함께 중국 정부는 보험, 증권, 은행 분야의 기업인수 파이낸싱 문제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싱더우(胡星斗) 베이징이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업이 최근 반부패 사정당국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고 있다"며 금융 분야가 최근 실물경제의 성장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최근 헝다(恒大)보험, 첸하이(前海) 생명보험, 화샤(華夏) 생명보험에 대한 당국의 조사설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보험상품의 규정 불이행, 실적수치의 불확실성, 보험할증금 지급 등의 문제로 작년 12월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월 푸더(富德) 생명보험의 장쥔(張俊) 회장이 비리 혐의로 구금된 이후 푸더생명보험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비리 조사설이 돌기도 했던 샹쥔보(項俊波)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 주석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 나타나 건재를 과시하면서 "보험산업이 부유한 악동들의 클럽으로 전락하거나 기업 사냥꾼이나 인수 전문가, 소위 금융 악어들의 군자금의 용도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위반한 보험사에 대해 영업을 중단시키거나, 보험업 면허를 취소시키는 등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경고는 류스위(劉士余)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이 지난 10일 "중국 주식시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자본시장의 '큰 악어들'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직후에 나온 것이다.
중국 보험업은 지난해 1∼11월 전체 자산의 12%에 해당하는 1조8천900만 위안을 투자신탁과 증권시장에 투입했으나 저조한 투자 실적을 내고 있다. 천원후이(陳文輝) 보감회 부주석은 "일부 보험사가 단기 주식투자로 중소투자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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