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부재중 직무대행이 축사…재학생들 "총장 선출 민주적으로"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부침을 겪은 이화여대가 신입생들과 함께 새 출발을 다짐했다.
한쪽에선 학내 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려 최근의 학교 분위기를 보여줬다.
이화여대는 24일 서울 서대문구 교내 대강당에서 2017학년도 입학식을 열고 신입생 3천410명을 맞이했다.
막바지 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아 아침 기온이 영하 5도 밑으로 내려갔지만, 신입생들은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신입생 김예인(19)씨는 "얼떨떨하고 실감이 나지 않으며 설레고 기분이 좋다"면서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하면서 고등학교 시절과는 달리 많은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진(20)씨도 "저는 재수를 하고 입학하게 돼 기분이 더 좋다"며 "아무래도 1년 늦은 만큼 1년 더 열심히 놀고 싶다"고 웃었다.
재학생 박혜민(20)씨는 "후배들에게 대학에 와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대학 생활의 자유를 누리면서 동아리 활동 등으로 좋은 사람들과 교류해보기를 바란다"고 축하를 건넸다.
박정수 교무처장 사회로 진행된 입학식은 국민의례, 총장 입학식사, 주요 보직교수 소개, 축가, 신입생 선서 등의 순서로 이어져 여느 입학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총장이 맡아야 할 입학식사를 송덕수 총장직무대행이 했다는 점은 최경희 전 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교내 상황을 반영했다.
송 대행은 "한 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이화가 이제는 20만 명이 넘는 동문을 배출한 세계적인 명문 대학이 됐다"며 "최근에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동안의 역사를 가능하게 했던 이화의 정신으로 모두가 힘을 합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또 다른 도약의 계기로 삼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한다.
이어 "대학 생활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위한 전공과 진로를 만들어가기 시작하는 때"라며 "신입생 여러분이 또 어떤 모양으로 이화의 역사를 만들어갈지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입학식사에서도 이대가 처한 상황이 잘 드러났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송 대행이 말한 '큰 어려움'은 국정농단 주역인 최순실씨 딸 정유라에 대한 특혜와 관련해 최 전 총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 교수 5명이 구속기소된 사태를 뜻한 것으로 풀이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대 입학식이 열린 이 날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소환해 이화여대 재정사업 특혜 의혹에 관해 캐묻기도 했다.
송 대행은 식사에서 "이화의 역사는 도전의 역사", "좌절을 이겨낸 도전과 개척의 이화 정신" 등 어려움의 극복과 관련한 표현을 많이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재학생들은 입학식에 앞서 학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적 총장 선출제도를 만들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민주적인 총장 선출을 위한 공동 대응 이화네트워크' 등은 회견에서 "최 전 총장 사임 이후 이화여대 구성원 사이에서 새 총장은 다르게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며 "교수평의회의 권고안은 구성원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6일 교수평의회가 총장 선출 시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을 상징적 의미에 불과한 4.3%로 설정했다며 "이는 또다시 학생을 학교의 중요한 의사 결정에서 들러리 취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적 총장 선출은 협의로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이라며 "총장의 영향을 받는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비율로 총장을 뽑을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2017년 이화여대 신입생을 맞는 입학식에 총장은 없다"며 "민주적인 총장 선출 제도를 통해 뽑힌 총장을 맞이하기 위해 학생들은 끝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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