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신문, 2010~13년 북한군 내부 문서 1천300건 분석
한류드라마·음란물 6천900건 적발…"핵개발 집중에 재래전력 저하"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전후해 북한군의 군기해이가 심각해 군내 범죄가 대거 발생하고 탈영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사실이 북한군 내부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북한군 내에서도 한류 드라마가 인기가 높아 집중 단속에서 7천건 가까운 영상이 적발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김정은 집권 이후 핵개발에 집중한 탓에 북한군에 물자와 인력 부족이 심했던 것이 이런 군 기강 해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신문은 24일 평양 남쪽 남포에 위치한 북한 235부대 정치부가 2010~2013년 작성한 문서 1천300건을 분석한 결과, 이 시기 살인·강도·탈영 등 각종 범죄가 횡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부대 내에서 정치부는 노동당의 명령을 부대에 전달하고 부대의 동향에 대해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2011년 12월 김정은의 집권 전인 2010년 9월 작성된 이 보고서는 "작년(2009년) 일어난 (군대 내) 법률위반은 강도 11건, 인민 구타와 재산 절도 88건 등 불량한 행위 11건 등 127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군 제3군단은 인민을 때려 숨지게 하는 중대한 정치적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각급 지휘관이 엄격한 명령지휘체계를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2011년 5월 문서에는 "탈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2013년 6월 정치장교 대상 문서에는 "군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고가 극한에 이르렀다. 인민군 부대는 무법천지로 무풍지대"라는 김정은의 비판이 적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은 2012년 1월 한 공군부대를 시찰한 자리에서 "규율 문제를 목이 마를 만큼 강조해왔지만 하나도 실행되지 않아 모두 헛수고였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시찰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군인에게 고기를 충분히 먹이지 못한 것"(2013년5월)이라고 발언하기도 해 군부대내 식량난이 심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군부대 내 식량란은 다른 문서에서도 많이 발견됐다. 특히 음식이 부족해 병사들이 군부대를 이탈했다는 내용이 많았다.
문서에는 "2011년 3월 전시동원 훈련에서 20명의 지방군병사가 먹을 것이 없다고 말하면서 도망갔다", "2012년 7월 경보병중대의 야외기동훈련에서 식재료가 부족해 예비역 25%밖에 참가를 못했다. 이들도 식재료 부족으로 3일째에 훈련장에서 철수했다" 등 내용이 적혔다.
군 간부들이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는 얘기도 많았다.
"포병연대중대장은 2013년 5월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간다고 말하고 귀가한 뒤 부인과 함께 물건을 팔았다"고 적힌 문서도 있었다.
조선노동당과 최고지도자의 방침에 대한 불만을 대놓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2013년 6월 문서에는 "부대장 한 사람이 '인민생활이 힘든데 인공위성을 빈번하게 발사하면 어떻게 하느냐. 생활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정은은 '양봉음이(陽奉陰異)'라는 표현으로 힐책했다. 양봉음이는 앞에서는 복종하고 뒤에서는 배반한다는 뜻이다.
문서 중에 한국과 미국, 유럽의 문화가 군부대 내에까지 침투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내용도 많았다.
인민군은 2012년 후반 한국영화와 성인물 영상 등 '불순녹화·녹음물' 6천900건을 적발해 2천700개를 압수했다.
작전을 지휘하는 참모장의 집에서 한국 노래가 적힌 수첩이 발견되기도 했다.
도쿄신문은 문서를 통해 살펴본 결과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북한군의 전력이 현저하게 약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2012년 9월 문서는 "포병군부대 소대급 군관 중 임무 수행이 가능한 사람은 40%"라고 지적했다.
문서에는 결핵 때문에 장기요양을 하겠다는 장교나 손가락이 다쳐 활동이 곤란하다는 부중대장이 제대를 요청했지만 인원 부족 때문에 불허한다는 내용이 적힌 것도 있다.
북한이 김정일 정권 17년간 감행한 핵실험은 2회며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16발인데, 김정은 정권 5년 동안은 각각 3회와 30발로 늘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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