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거세지는 대북발언…'태도변화 없는한 대화 없다' 경고 메시지
작년 대선땐 "김정은 미치광이", "김정은과 대화하는데 문제 없다"
전방위 대북압박 나설듯…트럼프, 대중압박도 강화 예고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발언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위협을 중대한 사안이라고 인식하면서도 극단적 발언은 삼갔으나,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작심한 듯 북한에 대한 초강경 경고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오지 않고 도발을 계속하는 한 대화는 없고 더욱 강력한 제재만 있을 뿐이라는 게 핵심 메시지다.
따라서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는 경색된 북미 관계는 트럼프 정부에서 한층 더 냉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핵 용납 못해" 점점 거세지는 대북발언…북미대화 가능성 일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매우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는 것"(very dangerous and very unacceptable)이라고 규정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나는 절대 '노'라고는 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그림상 매우 늦었다(very late). 우리는 그가 한 일(도발)에 매우 화가 나 있다"고 단언했다.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취지의 언급이다.
지금처럼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한 대화는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가 나 있다", "용납할 수 없다"는 등의 격한 표현을 쓴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미국 일부 지역에 닿을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의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했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1월2일 트위터), "북한의 핵과 미사일위협은 우선순위가 매우 매우 높다"(2월1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분명히 북한은 크고 큰 문제다.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다"(2월13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등의 이전 발언과 비교해 한층 강경해지고 훨씬 구체화된 언급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현 상황에서의 북미 대화 가능성을 일축한 것은 정치, 외교적으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김 위원장을 "미치광이", "미쳤거나 천재 둘 중 하나", "김정일보다 더 불안정"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다.
심지어 지난해 6월 조지아 주(州) 애틀랜타 대선 유세 과정에서는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만나겠다. 회의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면서 더 나은 핵 협상을 할 것이다. 대화를 시작하자는 것"이라며 당시로서는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한 달 앞선 5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북핵 문제를 놓고 대화할 것이며 대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대북 직접대화 가능성을 처음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취임 한 달여 만에 대북관이 180도 바뀐 것은 지금과 같은 대북접근법으로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반도 정책을 주무르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관, 여기에 '러시아 내통' 논란으로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까지 그의 핵심 측근들은 취임을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강경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전 정보당국에 요청한 첫 기밀브리핑이 북한 핵프로그램으로 알려진 것도 북핵 위협에 대한 그의 인식이 대선 이후 많이 바뀌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독일 본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3국이 합의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CVID) 비핵화 3원칙을 토대 아래에 한층 강력한 대북접근법을 구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이 앞장서 해결하라' 대북-대중 쌍끌이 압박…정부-의회 내에선 선제타격론까지 거론
트럼프 정부가 이제 막 대북정책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라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직전 버락 오바마 정부 때보다 훨씬 더 강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에서부터 외교 문호 개방까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새로운 대북접근법을 개발하겠다"는 틸러슨 장관의 상원 인준청문회 발언, "북한의 위협에 효과적이며 압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매티스 장관의 이달 초 방한 당시 발언은 사실상 대북 선제타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언급이다.
선제타격론과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 개인적으로도 2000년 개혁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펴낸 저서 '우리에게 걸맞은 미국'(The America We Deserve)에서 북한 핵 원자로 시설에 대한 정밀타격(surgical strike)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 총사령탑'인 새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표적 '강골 군인'인 허버트 R. 맥매스터(55) 현역 육군 중장이 발탁됨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대북 강경색채는 한층 더 짙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집권 여당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에서는 북한에 대해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물론이고 '정권교체', '체제전복' 등의 자극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트럼프 정부에 대북 강경책을 주문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는 외교·경제·군사력을 총동원한 전방위 대북압박 강화와 더불어 북한의 생명줄을 쥔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기업과 기관을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도 불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에 대해 엄청난 통제권을 갖고 있다. 중국은 자신들이 원하면 북한 문제를 '매우 쉽게'(very easily) 해결할 수 있다"고 단언한 것도 사실상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자발적 역할을 강조한 것인 동시에 지금처럼 계속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중국에 대해서도 제재수위를 높이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북한에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중국을 지렛대 삼아 북한 문제를 풀겠다는 구상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부터 일관되게 강조해 온 대북원칙 중 하나다. 일례로 지난해 2월 CBS 방송 인터뷰에서는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그(김정은)를 빨리 사라지게 하도록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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