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컬링을 부르는 또 다른 말이 '얼음판 위의 바둑'인 이유는 두뇌 싸움에만 있지 않다.
컬링은 정신력이 승부를 가리는 결정적인 변수이며, 한 번 평정심이 흐트러지면 이를 회복하는 게 쉽지 않다.
기량이 엇비슷한 팀끼리 만나면 정신력이 더욱 중요한데, 한국 여자컬링(경북체육회)은 이번에 이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스킵(주장) 김은정을 필두로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가 나선 한국은 24일 일본 홋카이도현 삿포로 컬링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 여자컬링 결승에서 5-12로 패했다.
결승에 올라오기까지 5경기에서 모두 이겼고, 예선에서 중국에 8-6으로 승리했던 터라 이날 패배가 더욱 뼈아팠다.
앞서 남자 대표팀까지 동메달을 기록한 한국 컬링은 동계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3년 아오모리 대회 이후 처음으로 '노 골드'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에 남녀 금메달을 독식한 중국은 강인한 정신력이 눈에 띄었다.
컬링 경기장의 길이는 45.72m인데, 빙판에 스톤을 굴려 정확하게 맞히려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은 남녀 가릴 것 없이 실수가 나오더라도 흔들리지 않았고, 한국은 실수가 나올 때마다 동요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특히 중국 여자대표팀 스킵 왕빙유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답게 풍부한 경험으로 선수단을 진두지휘했다.
반면 한국은 중국과 여자 결승전에서 4엔드까지 물고 물리는 접전을 펼쳤지만, 5엔드 결정적인 실수가 나오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최소 금메달 1개를 기대했던 한국 컬링에 이번 대회는 아쉬움만 남았지만, 1년 뒤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제 한국 컬링대표팀은 귀국 이후 3월부터 열릴 대표선발전 준비에 돌입한다.
이를 통해 일찍 대표선수를 확정한 뒤, 올림픽까지 최대한 많은 실전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게 급선무다.
한국 남자컬링은 평창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며, 여자컬링은 첫 출전이었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컬스데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3승 6패로 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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