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팀원들에게 미안해요. 내 샷을 잘했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텐데…."
씩씩하게 인터뷰하던 여자 컬링 대표팀 스킵(주장) 김은정(경북체육회)의 두 눈에서 또르르 눈물이 떨어졌다.
김은정은 붉게 충혈된 눈을 손으로 훔치며 속상한 듯 자신을 자책했다.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로 이뤄진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24일 일보 홋카이도현 삿포로 컬링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중국과 결승에서 5-12로 패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4엔드까지 3-4로 팽팽히 맞섰지만, 5엔드에서 큰 실수가 나오며 금메달을 중국에 내줬다.
5엔드 마지막 샷에서 2점을 얻을 기회가 만들어졌는데, 김은정의 슛이 빗나가면서 오히려 2점을 내줬다.
대표팀은 점수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내내 의연하게 대처하던 '맏언니' 김은정은 메달 세리머니가 끝난 뒤 눈물을 쏟았다.
그는 "내가 실수해서 진 것"이라며 "힘든 일정 속에서 잘 버텨준 동생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는 경북 의성에서 함께 자랐다.
의성여중·고 선후배인 이들은 2006년 경북 의성군에 국내 최초의 컬링전용경기장이 생긴 뒤 방과 후 활동 삼아 컬링을 배웠다.
취미활동으로 하던 컬링은 이들의 천직이 됐다. 이들은 남다른 실력을 과시하며 의기투합했고, 경북체육회에서 한 팀을 만들어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세계무대에서도 훨훨 날아다녔다.
지난 시즌엔 컬링 최고 권위 대회인 그랜드슬램 7개 대회에 모두 초청을 받았다. 작년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우승팀인 캐나다 대표팀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 관한 주변의 기대는 컸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이들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많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체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대표팀 김민정 코치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국제대회, 동계전국체전 등 최근 한 달 사이에 수많은 대회를 치르고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까지 나왔다"라며 "(김)은정이는 심한 감기에 걸려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냈다.
예선전에서 아시아 최강 중국 대표팀을 꺾는 등 5전 전승을 기록하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마지막 벽은 넘지 못했지만, 이들은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은정은 이번 대회를 발판삼아 평창올림픽에서 설욕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오는 4월에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모든 것을 쏟아내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꼭 따겠다"라며 "평창올림픽에서 중국을 만난다면 그때는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은 인터뷰 말미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라며 "한국에서 응원해주신 부모님과 김경두 전 회장님, 오세정 회장님, 양영선 전 감독님께 감사하고 죄송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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