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근무 시간에 환자를 진료하는 대신 테니스를 치러 가거나 쇼핑을 하는 등 사적 용무를 본 의료진이 이탈리아에서 대거 적발됐다.
남부 나폴리 경찰은 24일 의사와 간호사, 행정 직원, 의료 보조원 등 나폴리 로레토 마레 병원 직원 55명을 출·퇴근 시간 조작 혐의로 가택 연금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일부 의사는 업무 도중 병원을 떠나 테니스를 치거나 보석을 사는 등 쇼핑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적발된 직원 1명은 심지어 인근 호텔 요리사로 일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병원 의료진이 근무 시간에 자주 자리를 비운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2년 전 병원 곳곳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근무 태도를 관찰한 결과 문제의 직원들을 가려낸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직원 2명은 결근하거나 지각한 동료 20여 명의 출근 카드를 대신 찍어주기도 하는 등 이 병원의 느슨한 근무는 도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업무 시간을 조작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하는 등 소위 '땡땡이'를 치는 행태는 이탈리아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가요제로 유명한 이탈리아 북부 해안 도시 산레모에서는 작년에 시 공무원의 무려 75%가 업무 시간을 조작하고, 업무 시간에 개인 용무를 본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샀다.
작년 7월에는 나폴리 인근 마을의 한 공무원이 감시 카메라에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자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출근 카드를 찍는 웃지 못할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경찰은 최근에도 남부의 한 공립병원에서 근무 시간에 도박을 한 의사 등 근무 태만 직원을 대거 입건한 바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처럼 공공 부문에 만연한 업무 태만을 뿌리 뽑기 위해 작년에 출퇴근 시간을 조작하고, 업무 시간에 사적인 용무를 보는 공무원을 정직 또는 해고할 수 있는 법안을 도입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