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관리] 고개 든 LTV·DTI 강화 논의…당국은 '고심'

입력 2017-02-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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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관리] 고개 든 LTV·DTI 강화 논의…당국은 '고심'

IMF "DTI 점진적으로 30∼50% 수준까지 낮춰야"

전문가들 "가계소득 증대에 정책 초점 맞춰야…채무재조정 강화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박초롱 박의래 기자 =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가 양과 질 측면에서 당초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강화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급격히 증가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 대책은 소득 증가이지만, 현 상황에서 단기에 가계 소득을 높이기는 어렵다.

이런 점 때문에 완화된 LTV·DTI 규제를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LTV·DTI 규제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내심 고민하는 모습이다. 경제성장률의 부동산경기 의존도와 가계 충격을 고려하면 규제 강화 결정이 쉽지 않다.





◇ 작년 가계부채 141조원 증가…1천344조원으로 불어


정부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지난해 2월 은행권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8·25 가계부채 종합대책, 11·3 부동산대책 등 잇따른 정책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가계부채는 1천344조 원까지 불어나며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엔 건설사의 밀어내기 분양물량이 쏟아진 데다 금리 인상에 대비한 가수요까지 몰렸다.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자 단위 농·수협,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마저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보면서 증가율을 한 자릿수대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계부채 총량 자체가 크게 늘어나 1천344조원에서 한 자릿수인 8%가 늘어난다 해도 증가액은 100조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지난해 연간 가계부채는 141조2천억원(11.7%) 증가했다.

올해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는다면 정부가 결국 LTV·DTI 조정을 고려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LTV·DTI는 2014년 8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각각 70%와 60%로 완화됐으며 1년 단위로 완화 조치가 두 차례 연장됐다.


◇ IMF "한국 DTI 규제 여전히 높아"…강화 권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DTI 한도 규제를 점진적으로 30∼50%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현재 60%인 DTI가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높다면서 규제 강화를 권고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IMF는 대출이자가 높고 저신용·저소득 차주가 많아 금리 인상 때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2금융권 대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구조적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LTV·DTI 규제를 강화하면 주택시장이 죽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주택시장 위축은 단기적 측면"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경제 체력을 건전하게 만들려면 완화된 규제를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은 "수도권 아파트에 적용되는 DTI를 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에도 적용하면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TV·DTI 규제를 강화해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시장을 재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원인은 경기 침체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런데도 지나친 증가세를 막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DTI·LTV 규제 강화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당국 고심…"금융차원 가계부채 관리에 한계 있어"



정부는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당분간 LTV·DTI 비율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고심이 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LTV·DTI 조정을 고민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당국 차원의 가계부채 관리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경기가 살아나거나 소득이 개선되는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섣불리 LTV·DTI 조정을 할 경우 부동산경기가 급격히 가라앉거나, 정상적 대출 수요자마저 돈을 빌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계가 왜 자금이 부족해 돈을 빌리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대출을 조이기만 하면 풍선효과만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정부가 가계부채 연착륙을 도모하는 동시에 가계소득 증대와 저소득층에 대한 채무 재조정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가계가 빚을 갚아나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성태윤 교수는 "LTV·DTI 규제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저소득·저신용층의 대출이자를 낮춰줘 원리금 상환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의 대출 수요 자체가 줄지 않는다면 대출 여건이 안 좋아져도 계속해서 돈을 빌릴 것"이라며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왜 가계가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지, 대출 수요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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