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올해 상반기 조기 총선 사실상 무산

입력 2017-02-25 19:22  

이탈리아 올해 상반기 조기 총선 사실상 무산

이르면 9월 또는 예정대로 내년 2월 치러질 듯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12월 상원 축소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 국민투표 부결 이후 내년 총선을 앞당겨야 한다는 요구가 달아올랐던 이탈리아에서 상반기 조기 총선은 사실상 무산됐다.

집권 민주당은 24일 당 최고위원회를 열어 차기 당 대표를 뽑는 당 대표 경선을 오는 4월30일에 치르기로 결정했다. 경선 최다 득표자는 5월7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고 민주당 관계자는 밝혔다.

조기 총선을 통해 총리직에 하루 빨리 복귀한다는 복안으로 지난 19일 당 대표 직에서 사임, 당을 조기 당 대표 경선 체제로 몰고간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당초 4월9일에 당 대표 경선을 치른 뒤 전열을 정비, 6월에 총선을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다른 경선 후보들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 대표 재선을 노리고 있는 렌치 후보에 도전장을 낸 민주당 인사들은 4월9일에 경선을 치르기에는 준비 시간이 촉박하다며 경선을 늦춰줄 것을 요구해왔다. 현재까지 렌치 전 총리에 맞서 경선 참여를 선언한 인사는 안드레아 오를란도 법무장관, 미켈레 에밀리아노 풀리아 주지사, 카를로타 살레르노 토리노 시당 대표 등이다.






특히 렌치 정부에서 각료로 임명된 오를란도 장관은 "렌치 전 대표의 오만의 정치를 끝내겠다"고 선언하며 출사표를 던져 눈길을 끌고 있다.

민주당 경선이 4월 말로 잡힌 이상 내년 2월로 예정된 총선을 오는 6월로 앞당기는 방안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민주당 중진인 피에로 파시노 전 토리노 시장은 "이번 결정으로 6월 총선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차기 총선은 빨라야 오는 9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선거법을 둘러싼 여야 합의가 매끄럽지 않으면 총선은 당초 일정대로 내년 2월에 치러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렌치 전 총리 후임으로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는 파올로 젠틸로니 내각이 내년 2월까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작년 연말 개헌 국민투표 반대 운동의 선봉에 선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 극우 정당 북부동맹 등 야당은 국민투표 부결로 집권당이 유권자들의 불신임을 받은 이상 하루라도 빨리 조기 총선을 치를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 해산권을 가진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조기 총선을 위해서는 상원과 하원이 다른 방식으로 이뤄진 현행 선거법을 여야 합의로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고 못을 박은 바 있다.

한편, 여론조사 기관 SWG가 이날 발표한 정당별 지지율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소수파의 탈당으로 당이 분열됐음에도 불구하고 28.0%로 선두를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성운동이 25.3%로 근소한 차로 뒤를 따랐다.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전 민주당 대표가 주축이 된 탈당파에 대한 지지도는 3.2%에 그쳤다. 이들은 렌치 전 총리가 독선과 오만으로 당을 사당화하고, 중도좌파 성향의 당을 너무 오른쪽으로 끌고 갔다고 비판하며 탈당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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