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었다·국제사회 고립 자초·최악의 자충수"
CNN "이번 사건으로 중국 화나게 한 것이 북한으로선 최악"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김정남 암살에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된 신경성 독가스 'VX'가 사용된 사실을 두고 국제사회가 공분을 쏟아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화학무기를 사용한 데에 대한 비난과 함께 스스로 자신을 옥죄는 북한에 대한 개탄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인체에 치명적인 화학무기용 물질을 개인 암살에 사용한 것 자체가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만행이라고 일제히 입을 모았다.
북한전문가이자 트로이대학 교수인 대니얼 핑크스톤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치명적인 신경작용제를 사용한 것은 금도를 넘은 일"이라며 "특히 공항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이를 사용한 것은 단순 암살은 넘어선 행위"라고 지적했다.
핵무기나 미사일에 밀려 간과됐던 북한의 화학무기 개발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럴 경우 미국 의회 내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미국이 이미 김정남 피살사건의 사실관계를 수집하며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역임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WSJ에 "(VX 사용은) 매우 심각한 사태"라며 "이러한 맹독성 신경작용제를 공공장소에서 사용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테러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때문에 (북한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분명히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벌써 다음 달 1∼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한과 미국의 반관반민(트랙 1.5) 대화가 백지화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대화가 취소된 마지막 결정적 요인이 북한의 VX 사용 혐의라고 보도했다.
VX를 사용함으로써 북한이 스스로 김정남 암살의 배후를 자처하고,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 독가스가 북한을 포함한 소수국가만 보유한 물질인 만큼 북한이 스스로 이번 사건의 배후임을 밝히며 자충수를 뒀다는 것이다.
CNN방송은 이날 "VX를 살인 무기로 사용한 것은 끔찍할 뿐만 아니라 아주 멍청한 행동"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지는 최악으로 좁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화학무기의 사용으로 핵무기 개발과 인권 유린과는 별도로 북한과 국제사회 간에 새로운 대립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며 북한의 화학무기 보유를 금지했던 유엔이 더 강력한 제제를 부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번 김정남 암살로 말레이시아 등 얼마 남지 않았던 우호국들과의 관계까지 경색됐다며 그 중 최악은 북한의 진정한 동맹국이자 주요 지원국이었던 중국이 이번 사건으로 매우 분노했다는 사실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중국은 자국이 비호한 김정남 피살 후 북한산 석탄 수입 전면 중지를 선언한 바 있다.
CNN은 중국이 아직 VX 사용에 대한 공식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지만, 안정을 해치는 행동을 가장 싫어하는 중국 지도자들이 이러한 뉴스를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중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WSJ도 중국은 그동안 북한의 안정을 걱정하며 경제제재를 부과하는 것을 꺼려왔다면서 이번에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것은 현재 북·중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전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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