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시험·김정남 암살 탓 고심 중에 결정타"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북미 반관반민(트랙 1.5) 대화가 무산된 원인이 북한의 독가스 VX 사용 혐의에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 보도했다.
미국 국무부는 다음 달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화에 참석할 북한 외교관들에 대한 비자발급을 거부, 행사 자체를 백지화했다.
WP는 "트랙 1.5 대화 계획은 북한이 이달 초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다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지난 13일 번잡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한 혐의를 받으면서 이미 성사 여부가 저울질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러던 차에 김정남의 사망 원인이 화학무기금지 국제협약을 위반하는 치명적 신경작용제인 VX라는 말레이의 발표가 나오면서 취소를 결정하는 마지막 한방이 됐다"고 설명했다.
WP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국무부가 대화를 위해 북한 평양에서 뉴욕으로 오는 북한 외교관들의 비자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일정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무부 대변인은 이 사안과 관련, "개인적인 비자와 관련한 사안은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북미 대화가 국무부의 비자발급으로 무산된 사실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먼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번 반관반민 북미 대화는 북한 측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여러 차례 미국과 접촉을 시도한 끝에 도널드 자고리아 미국 외교정책위원회 부회장의 주선으로 준비됐다.
북한에서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주 국장을 비롯한 정부 측 인사가, 미국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 등 전직 정부 관계자들이 대화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번 대화는 미국과 북한이 약 6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땅에서 접촉하는 뜻깊은 행사로 비상한 기대를 모았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북미대화의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과 관련한 질문에 "매우 늦었다"(very late)고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너무 늦어서 만날 수 없다'(too late)는 뜻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의 대화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햄버거를 먹으며 미국에서 김 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