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한국의 혼례·장례 문화의 문제는 경조사비뿐만이 아니다.
행사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일도 말 못할 '마음의 짐'이다. 반드시 얼굴을 보이고 눈도장을 찍어야 진심으로 축하, 조의를 밝힌 것으로 보는 그릇된 경조사 문화 탓이다.
국내 대기업 임원 이 모 씨는 "사정이 있으면 혼례와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고, 조의와 축하의 뜻을 편지 등 다른 방법으로 전달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직접 참석하지 않으면 섭섭하게 생각하니 부담스럽고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참석에 대한 강박 때문에 축의금까지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회사원 김 모 씨는 최근 한 후배의 결혼식장에 참석했다가 고민에 빠졌다.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어서 5만 원 정도만 내고 싶었지만, 결혼 장소가 밥값이 비싼 특급 호텔이었다. 사정상 아들을 동반한 그는 결국 20만 원을 축의금으로 냈다.
김 씨는 "5만 원 내고 온 가족이 호텔 밥 먹고 갔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그냥 넉넉히 넣었다"고 말했다.
경조사비 부담이 워낙 크다 보니 초대받는 쪽뿐 아니라, 초대하는 쪽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기가 지금까지 낸 경조사비가 생각도 나고, 참석자 수가 자신의 인맥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는 잘못된 생각마저 더해져 마구 청첩장을 뿌리는 게 현실이다.
재미교포 전 모 씨는 "외국에서는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돌리면 예의 없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서는 청첩장을 주지 않으면 도리가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경조사 문화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가까운 일본의 경우, 우리와 비슷한 축의·조의금 문화가 있지만, 금액 수준이 높은 대신 정말 부를만한' 사람만 초청한다.
일본에서는 보통 지인이나 회사 동료의 경우 3만엔(한화 약 30만 원), 친한 친구라면 5만엔(50만 원), 친척이나 가족은 10만엔(100만 원) 정도를 축의금으로 내는데, 비싼 만큼 우리나라처럼 수 백 명의 사람에게 한꺼번에 갈등과 부담을 지우지는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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