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헌법재판소가 헌재 재판관들의 윤리강령 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공영 국제방송 도이체벨레는 최근 안드레아스 포스쿨레 소장이 직무 윤리에 관한 강령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포스쿨레 소장은 다만, "도덕과 윤리는 옳고 그르냐 하는 법적 잣대에 의한 공적 결정이 어려운 문제"라면서 "현직이든, 전직이든 각 재판관은 자유롭게 이 강령을 자기 행동의 준거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쿨레 소장의 설명대로 이번 강령은 이후 완성되더라도 제재 규정을 담거나 각 재판관을 법적으로 구속하는 성격이 없는 선언적, 상징적 규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도이체벨레는 설명했다.
독일 헌재의 윤리강령 제정 움직임은 크리스티네 호만-덴하르트 전 헌법재판관이 지난달 폴크스바겐에서 퇴직하면서 1천200만 유로(144억 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알려졌다.
호만-덴하르트 전 재판관은 앞서 폴크스바겐의 이른바 '디젤 게이트' 문제를 바로잡는 감사 책임자로 1년가량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쿨레 소장은 그러나, 강령 제정 추진이 이 사안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법조계 소식통들은 오히려 그보다는 한스-위르겐 파피어 전 헌재 소장의 퇴임 이후 활동이 강령 제정 추진을 촉진한 배경이라고 귀띔했다고 도이체벨레는 소개했다.
파피어 전 소장은 2010년 퇴직한 이래 원전 폐기를 포함한 수많은 법적 사안에 대해 조언하고 수임료를 받았으며 뮌헨대 교수로 있으면서 정부의 난민정책에 대해서도 자주 의견을 제시했다.
도이체벨레는 그 외에 지난해 별세한 유타 림바흐 전 헌재 소장 역시 (생전에 퇴임 후) 괴테인스티튜트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사례를 추가했다.
제1, 2부(Senat)로 나뉘어 연방 상, 하원에서 절반씩 선출된 8명씩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헌재는 1951년 출범 이래 초기에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줄곧 신망을 받는 권위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기본권재판부로 불리는 1부는 기본법(헌법) 1∼17조에 해당하는 규범통제와 헌법소원 등을 맡고 국가법재판부라고도 하는 2부는 형사집행에 관한 규범통제와 헌법소원, 권한쟁의, 정당금지 등을 담당한다. 헌재 2부는 앞서 극우 국가민주당(NPD)의 정당해산 심판에서 불가 판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 재판관은 12년 단임이며 최소 40세가 돼야 선출될 자격이 있고 68세에 달하는 월의 말일이 정년이다. 또한, 임기는 정년을 초과하지 못하지만 임기가 만료됐더라도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한다.
일부 정치학자들은 1989년 동유럽 국가들의 민주화 과정에서 독일의 헌재 시스템이 이들 나라에 모델을 제공한 것을 두고 "가장 성공적인 독일 수출품"이라고 헌재를 평가한다.
아울러 헌재가 없었다면 현대 독일의 모습은 많이 달랐을 것이라는 점에서 헌재가 자리한 지역 칼스루에를 빗대어 "칼스루에 공화국"이라고 독일을 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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