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무상공급 둘러싼 교육청-LH 다툼 소송전으로 비화
고양 지축 등 인허가 보류…국회는 학교용지특례법 개정 추진
(서울 세종=연합뉴스) 서미숙 윤종석 기자 = 교육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이의 학교용지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주택지구)의 학교 용지 확보 주체를 놓고 LH가 소송을 제기하자 교육청이 주택 인허가 중단을 요구하는 '초강수'를 들고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26일 "해마다 반복되는 공공택지의 학교 문제로 인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입주민들과 건설사"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빠른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1만3천여가구 인허가 중단 위기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 등 공공택지내 학교용지 확보와 건립 문제는 장기간 이어진 해묵은 갈등 요인이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 교육청이 LH 등 공공사업 시행자에게 학교용지 제공과 건물 신축비를 부담하게 하면서 비용 분담 방법과 규모, 건립 학교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갈등을 이어왔다.
옛 '보금자리주택지구'(현 공공주택지구로 개명)도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 초기부터 학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주변 시세의 50∼70% 이내의 저렴한 아파트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공공택지를 조성하면서 사업주체인 LH는 손실이 불가피한데 학교용지를 교육청에 공짜로 지급하는 것도 모자라 수백억원에 이르는 학교 건립비까지 부담해야 해 불만이 많았던 것이다.
결국 지난 2009년 5월 학교용지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보금자리주택지구의 학교 건립 비용을 교육청이 부담하지 못할 경우 사업 시행자가 택지지구의 녹지율을 최대 1%까지 축소해 그 수익으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교육청과 LH는 공공주택지구의 녹지 축소 문제를 놓고 2009년부터 무려 3년여간을 다투다가 하남 미사강변도시 등 시범지구의 '학교 대란'이 현실화될 위기에 닥치자 겨우 갈등을 일단락지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공공주택지구의 인허가를 전면 보류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LH가 제기한 학교용지 관련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LH는 그동안 공공주택지구 등 공공택지에서 교육청에 학교용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학교용지부담금을 대신 내왔다.
그러나 공공주택지구는 학교용지특별법에서 무상 제공 등의 근거가 없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떨어지자 2013년부터 부천·성남시 등 15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작년 11월 대법원으로부터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은 LH가 경기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고양 원흥지구 등 4개 학교용지 무상공급 반환 청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커지면서 교육청은 비상이 걸렸다.
현재까지 진행된 1심 소송에서는 LH가 패소했지만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후 재판에선 LH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 경우 교육청은 공공주택지구내 1조∼2조원에 달하는 학교용지 비용을 LH에 반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급해진 교육청은 지난 1월 국토교통부, LH, 경기지역 기초지방자치단체 등에 공공주택지구 내 모든 아파트 인허가 절차를 전면 보류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또 이달에는 LH가 학교 용지를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확약서와 공급 이후 부당이득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작성하는 경우에 한해, 아파트 공급 협의 및 신설 학교 설립 절차를 이행할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주택 분양을 위해서는 공급 주체가 학교 건립 부담 여부를 교육청과 협의해야 지자체가 입주자모집공고 승인 등 인허가를 내줄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건설사의 인허가 절차가 전면 중단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 공공주택지구에서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의 사업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에는 고양 향동, 고양 지축, 남양주 진건, 남양주 다산신도시, 시흥 은계, 시흥 장현, 하남 감일지구 등에서 아파트 1만3천여가구 분양이 예정돼 있다.
이 가운데 상반기 일반분양이 예정된 고양 지축지구의 민간 시행사는 교육청의 인허가 중단 요청으로 착공신고를 접수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다른 건설사도 사업승인을 신청한 상태에서 심의가 중단된 상태다.
◇ 정부, 갈등 해소 나서야
LH는 상황이 심각해지자 사업 차질을 막기 위해 일단 LH 부담으로 학교용지를 확보하고 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사후 정산하는 의견을 경기도교육청에 전달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학교를 건립할 재원도 없는데 소송 판결에 따른 반환금이 발생할 경우 더욱 감당이 안된다"며 LH가 무상으로 학교용지를 공급하고 추후 부당이득 환원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LH는 이 경우 '배임'에 해당하다며 맞서고 있다.
양측의 이견이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국토교통부와 교육부 등 관할 부처는 강건너 불구경 하듯 뒷짐만 지고 있다. 국토부는 이제서야 LH 등의 보고를 받고 사태 파악에 나선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교육청의 '어깃장'도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교육청의 재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는 어떠한 해결 방안도, 조정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건설업계와 분양 계약자, 입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까지 나섰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발의한 학교용지특례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주체에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는 대상 사업의 범위에 '공공주택특별법' 등을 추가로 명시하고, 개발사업 시행자가 학교용지를 확보하지 않으면 교육감이 공사중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공공주택지구나 도시개발지구, 세종시, 혁신도시 등의 학교용지도 사업주체가 부담하도록 법에 명시한 것이다.
이 법안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원회와 지난 21일 전체회의를 통과해 현재 법사위로 넘어간 상태여서 최종 통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더라도 소급 적용은 불가능해 기존 지구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할 전망이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실장은 "학교용지를 둘러싼 갈등은 양측의 입장이 첨예해 늘 평행선을 달려왔다"며 "사회적 피해가 커지기 전에 해당 부처나 국무조정실 등이 나서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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