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두테르테 정부가 공무원을 대거 동원한 것으로 알려져 '관제데모'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일간 마닐라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밤 수도 마닐라 리살공원에서 경찰 추산 20만 명, 주최 측 추산 40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 집회가 열렸다.
집권 여당과 친두테르테 정치단체 등이 개최한 이번 행사는 26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현지 GMA 뉴스는 이스마엘 수에노 내무자치부 장관이 전국 지방정부에 이 집회의 참석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공무원 동원령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존 카스트리시오네스 내무자치부 차관은 지방 공무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며 "국민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추진하는 불법 마약과 부패 척결운동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틴 안다나르 대통령궁 공보실장은 이 집회에 대해 "진정한 '피플파워'(민중의 힘)를 증명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지지시위는 같은 날 마닐라 시내에서 열린 '피플파워' 혁명 31주년 기념집회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했다.
피플파워 혁명은 1986년 2월 22∼25일 필리핀 국민이 대규모 시위를 벌여 부정 선거와 부패로 얼룩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을 21년간의 권좌에서 끌어내린 것을 가리킨다.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약 3천 명이 마닐라에서 열린 기념집회에 참가해 이 혁명을 기리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유혈소탕전과 독재 성향을 비판했다.
필리핀에서는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경찰과 자경단 등이 7천 명 이상의 마약용의자를 사살해 인권 유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소탕 정책을 비판한 야당 소속의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이 거물 마약상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24일 체포·구금되자 야권이 정치적 보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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