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아들 살해' 현장 검증…경찰, 시신 못 찾고 28일 검찰 송치
(광양=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두 살배기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A(26)씨는 애초 시신을 담은 가방을 바다에 버리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살배기 아들 살해·유기 사건'을 수사 중인 전남 광양경찰이 사건 검찰 송치를 앞두고 27일 현장 검증을 벌였다.
이날 낮 12시 50분께 시신 유기 현장인 여수시 신덕동 해수욕장 인근 야산에 경찰과 함께 도착한 A씨는 '할 말이 없느냐' '부끄럽지 않으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A씨는 이날 현장 검증에서 당시 차량으로 도착한 순간부터 시신을 유기하고 나서 돌아가는 순간까지 30여 분에 걸쳐 담담하게 재연했다.
아내 B(21)씨와 함께 숨진 둘째 아들의 시신이 담긴 가방을 싣고 두 자녀를 함께 태우고 현장에 도착했다.
이어 A씨는 아내와 아이들을 차 안에 남겨두고 바위투성이인 해안가를 500여m 걸어 야산 모퉁이 바다에 아들의 시신을 담은 가방을 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가방이 물에 뜨는 바람에 발각될 것을 우려해 다시 100m를 돌아와 야산에다 유기했다고 밝혔다.
A씨는 당시 장비를 마련하지 못해 땅을 파지 못 하고 야산 위쪽으로 5m 정도 올라가 나뭇가지와 낙엽, 주변에 있던 그물 쪼가리 등으로 가방을 뒤덮고 돌아왔다.
앞서 범행 현장인 빌라에서의 검증에서 A씨는 여전히 직접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는 부인하고 아내의 훈육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 한 가방가게에서 가방을 사는 장면도 확인했다.
경찰은 이날 현장 검증에서 A씨 부부가 차량으로 현장까지 온 사실을 동시에 인정하고, A씨가 시신 유기 장소를 키가 큰 소나무를 지목하며 일관되게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으로 미뤄 시신 유기 장소에는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들 부부는 아들의 사망과 유기에 대해서는 일치된 진술을 하면서도 직접 죽음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에 경찰은 28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에 부부의 대질 신문을 벌여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추궁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전날 A씨 부부에 대한 조사에서 2015년 태어난 넷째 아들을 태어나자마자 영아원에 보낸 것은 영아원에서 일정 기간 양육 후 데려와 죽은 둘째로 둔갑시켜 사건을 감추려고 했던 계획을 밝혀냈다.
2014년 11월 27일 당시 2살이던 둘째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A씨는 2015년 넷째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영아원에 맡겼다.
이들 부부는 넷째의 임신 6개월께 아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같은 계획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날 현장 검증에 이어 부부 대질 신문을 마치면 지금까지 수사 결과를 종합해 28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을 땅속 깊이 묻지 않고 낙엽으로 덮은 상태로 유기해 유실되거나 동물에 의해 훼손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도 현재까지 확보한 A씨와 참고인 등의 진술을 종합하면 공소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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