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이야기로 외연 확장 성공…후반부 막장 전개는 아쉬워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탈북자들이 이 드라마를 보면서 과연 위안을 얻었을까 의문이지만, 드라마는 마지막에 "통일되면 꼭 만나자"는 말로 뭉클함을 주며 막을 내렸다.
MBC TV 주말극 '불어라 미풍아'가 지난 26일 시청률 26.3%로 막을 내렸다. 수도권 시청률은 28.3%로 나타났다.
'불어라 미풍아'는 그간 드라마에서 변방에 머물던 탈북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화제를 모았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탈북했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을 잃은 아픔과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이들이 어려움을 하나씩 극복하고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을 조명한다는게 제작진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중반 이후 전형적인 막장 드라마의 행보를 보였다. 악녀 신애(임수향 분)의 끝도 없는 악행이 펼쳐졌고, 드라마는 시청률 상승이라는 달콤함에 취해 실소를 자아내는 어설픈 악행을 질질 끌고 나갔다.
신애가 탈북자 가족의 재회를 사사건건 방해하는 과정은, 막장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이 차일피일 밝혀지지 않는 과정과 동일하게 전개됐다.
주인공 미풍(임지연)과 악녀 신애를 모두 탈북자로 설정해 한국 드라마의 캐릭터와 이야기의 외연을 확대한 것은 미덕이지만, 그 안의 내용에서는 다른 막장 드라마와 차별화를 이루지 못했다.
'착하기만 하다'는 지적 속 자극적인 요소가 없었던 전반부에서는 지지부진하던 시청률은 신애의 '활약'이 본격화된 후반부 상승세를 탔고, 47회에서 20%를 넘어섰다. 지난 19일에는 25%도 돌파했다.
미풍이 시어머니 금실(금보라)의 패악도 분노지수를 상승시켰다. 긴장감을 높인다는 명목 아래 금실의 못된 짓거리가 잊을 만 하면 등장해 아침연속극인지, 주말극인지 헛갈리게 하였다.
실향민 사업가 덕천(변희봉)의 1천억원 대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불어라 미풍아'는 지난해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언급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태 전 공사는 자신을 비롯해 북한 주민들이 '불어라 미풍아' 등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면서 한국의 민주화와 발전상을 체감하고 동경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중반 이후 탈북자는 사라지고, 막장만 남은 드라마는 그러한 '특별한' 관심에 부응하지 못했다.
마지막회에서는 신애와 청자(이휘향)가 감옥에 가고, 금실은 절에 들어가는 것으로 인과응보를 실현했다.
막장 전개를 하느라 한동안 다루지 못했던 탈북자의 아픔은 마지막 장면에야 다시 등장했다. 미풍이의 가족이 임진각에서 풍등을 띄우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다. 풍등에는 '통일되면 꼭 만나자'는 글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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