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드론 무기가 모술 완전 탈환을 위해 총공세에 나선 이라크군에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수백 미터 상공에서 수류탄을 정밀 투하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한 드론이 출현할 때마다 이라크군은 효과적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S가 이라크 영토를 장악하기 시작한 2014년 이래 격전지 상공을 수시로 날아다니는 드론에 이라크군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 이라크군은 드론이 나타나면 소총이나 첨단 장비로 대응하거나 자체 드론을 활용하기도 했다.
문제는 IS의 드론 기술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원격 조종이 가능한 급조 비행체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헬리콥터식 4개의 프로펠러를 가진 쿼드콥터에 수류탄을 장착해 목표물 위에서 정확하게 투하할 수 있을 정도다.
미군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군이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 서부를 탈환하기 위해 막바지 공세를 전개하는 요즘, IS 드론의 출현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군은 지난주 모술 국제공항을 장악했고, 주말에는 특수부대를 앞세워 적진 깊숙이 들어가 발전소도 수중에 넣었다. IS는 전투 상황에서도 모술 서부 상공에 주기적으로 드론을 띄웠고 그때마다 이라크군은 황급히 대피해야 했다.
미국 주도 국제 동맹군은 IS의 드론이 모술의 전세에 영향을 줄 만큼 위협적이진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IS 수중에서 최근 해방된 모술 동부의 민간인과 구호 단체원들을 공격해 공포로 몰아넣기엔 충분한 능력이다.
이라크군 대변인 야히야 라술 준장도 "드론이 골칫거리"라며 "드론을 완전히 막을 기술적 수단이 없다"고 시인했다.
영국의 웹사이트 기반 추적조사팀인 '벨링캣'의 닉 워터스 분석가는 "놀랄 만큼 정확하게 투하되는 폭탄 관련 수많은 영상과 사진으로 미루어 일관된 정확도로 목표를 공격할 수 있는 숙련된 운영자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벨링캣은 이달 공개한 보고서에서 IS는 충격을 가하면 터지는 재래식 수류탄을 드론에 장착해 목표물 상공에서 원격 조종으로 투하한다고 밝혔다. 안정성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수류탄에 플라스틱 꼬리핀을 부착하는 경우도 있고, 자체 제조한 탄약을 폭탄에 넣기도 한다. 최고 300m 높이에서도 정확하게 폭탄을 투하할 수 있으며, 자살폭탄 공격을 시도할 때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드론으로 폭탄을 투하하기도 한다.
이라크군은 IS의 드론에 맞서 무선 전파로 목표를 추적하는 첨단 장비를 사용하고 있으나 보급된 장비가 부족해 소총으로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
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비영리 연구개발기관인 미국 바텔 메모리얼 인스터튜트가 제작한 '드론디펜더'라는 장비가 지난해 실전 배치됐다. 소총 모양의 첨단 장비는 두꺼운 안테나를 갖추고 있어 안테나에 드론이 포착되면 위치정보시스템(GPS)이나 원격 조종 장치를 교란시켜 드론을 격추한다.
바텔 측은 미 국방부와 국토안보부에 100여 대의 드론디펜더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라크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라크군도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안보상 이유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미국이 첨단 장비를 이라크 등 특정 국가에 공급하려면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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