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악자 취급하는 韓·中은 마음을 고쳐라"고 유치원생 선서
아베부인, 명예교장인 초교 계열 유치원…국유지 헐값매입 의혹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을 사고 있는 일본 오사카(大阪)의 한 학교 법인 문제로 연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이 법인이 설립하려는 초등학교(소학교)의 명예교장을 맡은 것이 헐값 매입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법인이 운영하는 유치원은 운동회에서 원생에게 "아베 총리 힘내라"는 내용의 선서를 시킨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2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민진당 등 야당 의원들로부터 문제의 학교법인 모리토모(森友) 학원이 운영하는 쓰카모토(塚本) 유치원이 지난 2015년 원생에게 시킨 선서의 내용에 대해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 유치원 원생은 선서에서 "안보법제(집단적자위권 법안)가 국회를 통과해서 잘됐다. 어른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와 독도를 지키고, 일본을 악자로 취급하는 중국과 한국은 마음을 고쳐라"고 말했다.
해당 유치원은 학부모에게 "한국인이 싫다", "한국인은 마음이 비뚤어졌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혐한 문서를 보내 논란이 되기도 한 곳이다.
이 유치원을 운용하는 모리토모 학원은 아베 총리 부부와 관련이 깊은 곳이다.
아키에 여사는 지난 2014년 4월 쓰카모토 유치원을 방문했다가 원생에게 "아베 총리는 일본을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감동을 했고, 이후 이 재단이 신설할 예정인 초등학교에 명예 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모리토모 학원은 작년 정부와 수의계약을 통해 평가액의 14% 수준인 1억3천400만엔(약 13억4천만원)에 문제의 초등학교 부지를 매입했다. 최근에는 모리토모 학원이 '아베신조 기념 학교'라는 이름으로 이 학교의 모금 활동을 펼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유치원의 운동회 선서 내용에 대해 아베 총리는 이날 "유치원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해당 유치원의) 자세한 교육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선서 내용이 학교에서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교육 기본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는 "오사카부(府)가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하기도 했다. 또 아키에 여사가 강연을 하거나 명예교장으로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 보수를 받지 않았으며, 부부 모두 공유지 매입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이름을 딴 학교를 내세우며 모금 활동을 벌인 것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총리로서 소송을 하는 것은 상당히 신중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라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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