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무성 가담" 짙어진 국가범죄 혐의…北외교 '위상 추락'

입력 2017-02-27 18:59   수정 2017-02-27 19:49

"北외무성 가담" 짙어진 국가범죄 혐의…北외교 '위상 추락'

현지사정 밝아 외교관 투입한 듯…北고립 가속화 계기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이상현 김효정 기자 = 김정남 암살에 북한 외무성이 직접 개입했다고 우리 정보당국이 밝히면서 사건의 성격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국가범죄'라는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남 암살은 국가보위성과 외무성이 직접 주도한 사건이며 용의자 8명 가운데 2명이 외무성 소속이라고 밝혔다고 자유한국당 소속 이철우 정보위원장과 야당 간사들이 전했다.

사건을 일으킨 2개의 암살조직에 외무성 소속 리지현과 홍송학이 각각 들어가 있었으며, 이들은 각각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를 포섭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말레이시아가 앞서 공개한 김정남 암살 용의자들 가운데 외무성 소속 인력이 있다고 우리 정보당국이 밝힌 것은 처음이다.

정찰총국과 보위성 등 정보기관들이 김정남 암살에 관여했을 가능성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공식적인 대외관계를 담당하는 외무성 소속 인력이 직접 가담했다는 내용은 다소 새로운 것이 사실이다.

외무성 소속 인력이 김정남 암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면 외국어에 능통하고 현지 사정에 밝다는 점에서 '차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프리카 주재 외교관 출신 탈북민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지 언어와 지리를 잘 아는 외무성 사람들이 공작작전에 투입되는 경우가 있다"며 자신도 1982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때 암살작전에 투입됐었다고 밝혔다.

외무성이 김정남 암살에 깊숙이 관여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정점으로 북한의 여러 국가기관이 수행한 조직적 범죄라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된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대표하는 '얼굴'인 외무성의 위상과 신뢰도에도 먹칠을 하게 돼 북한 외교 자체에 깊은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이미 불법 무기 거래나 영리활동 등에 관여한 전력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미심쩍은 눈길을 받고 있는 북한 외교관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셈이다. 김정남 사망 사건으로 물살을 타고 있는 북한의 대외적 고립 추세를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최근 김정남 암살에 VX가 사용된 사실이 공개되는 상황에 국가기관이 범행을 주도한 정황도 드러나는 만큼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무성 출신의 '외교관'들이 실제로 이번 암살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 대사관 직원이라도 외무성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파견된 사람이 했을 수 있는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당국이 수사 중인 상황에서 제3국인 우리가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자칫 우리가 국제적으로 불신을 살 수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권력기관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망명한 한 고위급 탈북민도 "(재외)공관에서 일을 하면 외무성 소속으로 (공관에) 나온다"며 "외무성 직원들은 동선을 파악해 준다거나 하지 살해에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고 견해를 밝혔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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