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총국 아닌 수장없는 보위성이 암살 주도 의문
대북소식통 "연금상태 김원홍, 처형될 가능성 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김원홍 북한 국가보위상(국가정보원장에 해당)이 허위보고로 숙청된 뒤 연금(軟禁) 상태에 있다고 국정원이 27일 국회 정보위에 밝힘에 따라 그 내막에 관심이 쏠린다.
격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국가보위상 바로 밑의 차관급인 부상을 비롯해 간부 5명을 고사총으로 총살했으며, 조사가 계속됨에 따라 실무진에 대한 추가 처형 가능성도 있다고 국정원은 전망했다.
국정원은 심지어 보위성 안에 있는 김정일 동상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등 보위성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원홍의 허위보고가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사건과 관련 있는지에 대해 국정원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장이 없는 상황에서 어마어마한 일이 터진 것"이라면서 "김정남 암살사건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한 매체는 김원홍이 김정남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정찰총국에 도·감청된 상황에서 통화 사실을 김정은에게 보고하지 않아 해임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허위보고는 최고지도자 입장에서 자신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것"이라며 장성택 처형의 주요 사유로 꼽혔던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만 따르고 속으로는 따르지 않음)와 비슷한 죄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원홍이 곧 처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원홍이 연금됐다면 곧 처형될 가능성이 크다"며 "리영호도 연금됐다가 처형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2012년 7월 처형된 리영호 전 총참모장에 대해 북한 매체들은 '동지'라고 호칭하며 "신병관계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소식통은 "리영호에 대한 북한 매체의 공식반응은 '해임'이었다"며 "현재 김원홍이 해임된 뒤 연금 상태에 있다면 전례를 비춰봤을 때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해외테러 전담인 정찰총국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초보'인 보위성과 외무성이 김정남 암살을 맡았다는 점에도 의문이 남는다.
이날 국정원은 김정남 암살 사건을 보위성과 외무성이 주도적으로 가담한 테러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에서 공작을 지휘하는 곳은 정찰총국이다. 북한은 2009년 2월 대남·해외 공작업무를 총괄하기 위해 기존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과 노동당 산하 작전부, 35호실 등 3개 기관을 통합해 정찰총국을 만든 바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해외 테러는 원래 정찰총국이 담당하는데, 이번 테러는 정찰총국이 했다고 보기에는 서투르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김정은이 아닌 막후 실세가 지시를 내린 결과 '실패한 첫 작품'으로 끝났다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김원홍은 지난달 말까지 노동당 산하 전문부서인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았다.
그렇다면 지난 13일 발생한 김정남 암살은 김원홍이 숙청된 직후 단행된 것으로, 보위성이 수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야말로 '엄청난 일'을 저지른 꼴이다.
정 실장은 "김정남 암살은 보위성 수장인 김원홍과 간부들이 숙청되고 일어난 일"이라며 "조사를 주도한 조직지도부가 보위성을 장악한 뒤 김정남 암살을 실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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