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위해 수화언어 앱 만든 경찰관…중3학생이 재능기부

입력 2017-02-28 06:11  

장애인 위해 수화언어 앱 만든 경찰관…중3학생이 재능기부

강동서 한정일 경위, 포스터에 이어 스마트폰 앱 '경찰 수어' 제작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수화 포스터를 만들고 나서 고맙다는 연락을 여기저기서 참 많이 받았어요. 특히 삐뚤빼뚤하지만, 정성을 꾹꾹 눌러 담아 쓴 편지를 읽고 나니 뭐라도 더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찰서 찾기를 망설이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해 수어(手語·수화언어) 포스터를 제작한 서울 강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한정일(43) 경위가 이번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경찰 수어'를 내놨다.

한 경위는 2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으로 수어 포스터 사진을 찍어서 들고 다닌다'는 한 청각 장애인의 피드백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앱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이 앱의 디자인은 투박한 편이다. '살인', '강도', '고소' 등 경찰서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와 '수화·구화·필담이 가능하신가요'와 같은 문장 등 37개 표현을 설명한 수어 사진과 설명을 나열해놓았다.






전문가가 아니라 IT분야에 관심을 가진 중학생 김재우(15) 군의 재능기부를 받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경위가 전문 제작업체에 맡기려고 하던 때 평소 알고 지내던 학교 교사가 김 군을 소개해준 것이 인연이 됐다.

김 군은 지난해 한 경위의 수화 포스터 이야기에 감동해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김 군은 한 경위가 담임교사의 지인이라는 것을 알고서 자신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한 경위가 앱에 실을 수 있게끔 포토샵 작업을 해 김 군에게 넘겼고, 김 군은 겨울방학을 활용해 '경찰 수어' 앱을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했다. 아이폰용 앱은 제작 중이다.

한 경위는 "전문 업체에 앱 제작을 맡겼더라면 세련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김 군의 따뜻한 마음을 어찌 거부할 수 있나. 오히려 이렇게 심플하게 해놓으니 이용자 입장에서도 보기 편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 경위는 앞으로 꾸준히 앱을 업데이트해나갈 계획이다. 한 경위가 애초 만든 수어 포스터에는 서울에 기반을 둔 장애인단체 번호만 적혀 있는데, 앱에는 100개가 넘는 전국 장애인연합회 연락처를 지부별로 입력하는 중이다.

한 경위는 특히 구청과 시립병원 등 많은 관공서가 '경찰 수어' 앱을 따라 만들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각 관공서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를 정리해서 수어 사진을 찍기만 한다면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가슴 뭉클한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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