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은하레일→레일바이크→모노레일…남은 건 흉물뿐

입력 2017-03-01 10:10  

월미은하레일→레일바이크→모노레일…남은 건 흉물뿐

1천억원 혈세 낭비 10년째 '헛발질', 후속 대안도 없어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부실공사로 개통도 못 한 채 철거된 인천 월미은하레일의 후속 사업이 파행을 겪으며 혈세 낭비의 전철을 밟고 있다.

사업 착수 후 10년간 건설비 853억원을 포함해 금융비용까지 약 1천억원의 예산을 낭비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월미도 관광 활성화를 위해 기획된 월미은하레일 사업은 자유한국당 안상수 국회의원이 인천시장으로 있던 2008년 7월 기공식 이후 본격 추진됐다.

당시만 해도 월미은하레일은 '국내 최초 도심 관광용 모노레일'로 기대를 모았다.

기관사 없이 무인으로 조종되며 지상 6∼17m 높이의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홍보 영상 속 월미은하레일 차량은 SF영화에 등장하는 미래형 이동수단을 방불케 했다.

월미도를 한 바퀴 도는 6.1km 구간에 교각과 레일이 설치되고 4개 역사가 새로 건립되는 등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완공 목표 시점이 2009년 7월에서 수차례 연기되더니 2010년 6∼8월 시험운행 중에는 안내륜 파열 사고가 속출, 도저히 개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중에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사실이지만 단체장 치적 사업을 위해 절대 공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공사를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부실공사로 이어졌다.

완공 이후에도 수년간 방치되며 애물단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던 월미은하레일은 2013년 12월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된다.

당시 송영길 시장이 이끌던 인천시는 월미은하레일을 레일바이크로 전환하기로 하고 이듬해 5월 민간기업인 가람스페이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바이크형 궤도 차량은 전동·수동 겸용에 캡을 씌우는 형태로, 기상조건이 매우 좋지 않을 때를 제외하고는 4계절 운행이 가능하도록 추진됐다.

하지만 유정복 시장이 2014년 7월 취임한 뒤 레일바이크 계획은 전면 백지화됐다.

인천시는 레일바이크가 날씨 영향 때문에 운행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페달을 밟아야 하는 특성상 중장년층 이용률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2014년 11월 소형 모노레일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를 유지한 가람스페이스는 레일바이크를 포기하고 소형 모노레일 사업 계획을 다시 세워 시작했다.

월미은하레일의 차량 1량당 정원은 70명이었지만 모노레일 정원은 8명으로 설계해 몸집을 줄였다.

모노레일은 인천역에서 출발해 월미도 외곽 노선을 운행하는 47분간 창밖으로 월미도 풍광을 감상하거나 일부 구간에서는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업시행기관인 인천교통공사, 가람스페이스의 특수목적법인 인천모노레일은 2015년 2월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2016년 8월 완공을 약속했다.

월미은하레일 차량·레일 철거작업이 작년 말 마무리되면서 모노레일 사업은 제 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모노레일 사업 역시 현재 사실상 무산된 실정이다.

인천교통공사는 인천모노레일의 자금동원력이 떨어져 사업을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최근 협약 해지를 의결했다.

인천모노레일은 자금력은 충분하다며 사업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지만, 양측 간 신뢰가 무너진 마당에 사업 추진이 정상적으로 재개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문제는 10년째 공회전만 하는 월미은하레일의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민간자본 투입 없이 인천시 재정사업으로 모노레일 사업을 이어가기에는 시 재정여건이 열악하다.

또 인천모노레일과 협약을 해지하면 공사비 지급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불가피하므로 다른 민간사업자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기존 교각과 4개 역을 모두 철거하고 월미은하레일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자니 막대한 철거비용을 들여야 하는 데다 월미도 상인 반발도 거세다.

인천시 안팎에서는 교각 위에 안전펜스나 아크릴 투명 벽을 설치, 관광객이 교각 위를 걸으며 바다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워크'로 조성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추가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작 공중 산책로를 만들려고 1천억원의 비용을 낭비했느냐는 비난이 뒤따를 수 있다.

인천교통공사가 후속 대책도 없이 민간사업자 탓만 하며 책임을 돌리는 사이 은하레일 구조물은 월미도 경관을 심각하게 해치는 흉물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최근 성명에서 "월미은하레일 사업이 10년째 파행을 겪고 있는데 누구도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며 "혈세와 행정력 낭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모노레일 사업을 결정한 교통공사 경영진과 이사진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iny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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