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 2편이 3월 극장에 내걸린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눈길'은 1944년 일제 강점기 말 위안부로 끌려간 열다섯 소녀 종분(김향기)과 영애(김새론)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종분은 학교도 못 갈 정도로 가난한 집 소녀이지만, 항상 밝고 씩씩하다. 영애는 교사를 꿈꾸는 부잣집 딸로, 일본 유학을 꿈꾼다.
두 사람은 어느 날 일본군의 손에 이끌려 낯선 열차에 몸을 싣게 되고, 낯선 땅 만주의 한 일본군 부대로 끌려가 지옥 같은 현실을 경험한다.
소녀들이 겪은 폭력을 직접 묘사하지는 않는다. 소녀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공포와 절망감을 통해 이들의 당했을 고통의 크기를 짐작할 뿐이다. 온통 눈으로 뒤덮인 서정적인 배경이 이들의 비극적 상황을 더욱 극대화한다.
영화는 그래도 암울하지만은 않다. 생지옥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는 두 소녀의 우정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나정 감독은 "끔찍한 폭력의 순간을 '영화적 스펙터클'로 이용하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였다. 그 폭력으로 아픔을 겪은 분들이 계시고, 그것이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류보라 작가도 "대본을 쓸 때 소재주의로 빠지지 않도록 많은 고민을 했다. 위안부 문제에서 배우나 관객이 성적으로 폭력적인 장면을 경험하듯이 지켜보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눈길'은 2015년 삼일절을 맞아 KBS에서 동명의 2부작 드라마로 먼저 선보인 작품으로, 극장용 버전으로 별도 제작했다.
다음 달 16일 개봉하는 '어폴로지'는 동아시아 지역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캐나다국립영화위원회(NFB)가 직접 제작한 작품으로, 중국계 캐나다 여성 감독 티파니 슝이 중국과 필리핀, 한국의 피해 할머니의 삶을 6년간 카메라에 담았다.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는 수요집회 참석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위안부 문제를 증언하는 인권운동가의 삶을 살고 있다.
중국의 차오 할머니는 여섯 자매 중 한 명으로 태어나 일본군에게 끌려갔을 때의 기억을 생생하면서도 담담하게 증언한다. 위안소에서 일본군 아이를 가졌던 그녀는 낳자마자 아이를 버려야만 했던 충격적인 사연을 털어놓는다.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는 일본군 피해자 중 한 명이지만 해방이 되고 나서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슬하에 아들과 귀여운 손주를 뒀다. 남편과 사별한 아델라는 남편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지 못한 점을 가장 크게 후회한다.
2009년 아시아 학술여행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처음 접했다는 티파니 슝 감독은 "처음에는 큰 충격이었다. 할머니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위안부 사건은 단지 과거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침묵하면 다음 세대에서 또 다음 세대로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면서 "할머니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현재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단순히 아시아의 문제도, 역사 속의 문제도 아닌 범지구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어폴로지'는 극장 개봉과 마케팅 비용 마련을 위해 후원금을 모으는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18723)을 지난 22일 시작했다. 극장 수익 중 10%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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