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추진위 구성 지연, 행진 주도 수피아여고도 학생동원 난색 표명
광주보훈청·광주시 "광주 대표 독립기념행사 유지위해 예산·협업 모색할 것"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매년 3·1절마다 광주 도심에서 열렸던 광주독립만세운동 재현행사가 올해 결국 무산됐다.
해마다 지역 교회와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꾸렸던 추진위원회 구성이 늦어진 데다가 행진에 가장 많이 참여한 수피아여고 측도 대규모 학생 동원에 대한 부담을 호소했다.
28일 광주독립만세운동재현행사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추진위는 최근 수피아여고, 광주지방보훈청과 재현행사를 3월 10일로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무산돼 사실상 올해 행사는 건너뛰기로 했다.
수피아여고는 1919년 3월 10일 수피아여학교 교정에서 시작돼 광주 부동교(광주 남구 사동) 아래 장터에 숭일학교, 수피아여학교, 농업학교 학생과 주민 등 1천500여명이 모여 만세운동을 벌인 '광주 3·1운동'을 기념하며 자체 행사를 해왔다.
1998년부터 뜻있는 지역사회 관계자들이 동참하면서 행진 등 전체적인 행사 규모가 확대됐고 광주시의 3·1절 공식 기념식과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기념행사로 자리 잡았다.
수피아여고, 양림교회, 양림동 청년단체, 현직 국사 교사 등 33명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매년 양림교회 내 세 부서가 돌아가며 한시적으로 추진위를 구성했으나 올해는 추진위원장 선출 등이 미뤄졌다.
추진위는 매년 보훈청 예산 600만원만으로는 학생 400여명의 한복대여와 태극기, 퍼포먼스 재료, 간식 등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커 광주시 등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임의단체나 법인 자격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고 법인 설립을 논의하면서 전체 과정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는 다가오는 3·1절에 행사를 치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 지난달 23일 수피아여고 측에 광주독립만세운동 기념일인 3월 10일 학생들과 행사를 치르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학교 측은 그동안 공휴일인 3·1절에 2학년 학생 400여명 전체를 동원하는 것을 놓고 학부모들의 민원이 있었다며 정규 수업일인 10일 역시 곤란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20여년간 이어진 독립운동 기념행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공공기관들도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광주지방보훈청 관계자는 "올해 국비 예산은 다른 곳에 사용하지 않고 불용 처리할 예정이다. 내년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꼭 다시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에서 3·1절에 하는 민주의종 타종식에서 함께 퍼포먼스를 하는 방안 등을 수피아여고에 제안한 바 있다. 추진위와 협의해 내년부터는 협업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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