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파괴 이라크 유적 다큐 찍다 '고대제국 궁궐' 발견

입력 2017-02-28 11:25  

IS파괴 이라크 유적 다큐 찍다 '고대제국 궁궐' 발견

BC 6세기 고대 아시리아 왕궁…"IS가 상당수 유물 약탈"

"세계 최초 대제국의 보물창고 보다니" 고고학자 감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이라크 모술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에 의해 파괴된 유적 다큐멘터리를 찍던 고고학자들이 기원전 6세기 존재한 고대 왕궁을 발견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고학자들이 애초 촬영하려 한 곳은 선지자 요나의 무덤으로 알려진 '네비 유누스 성지'로, 2014년 이 일대를 점령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의해 훼손됐다.

IS는 이 성지를 파괴하고 지반 아래에 땅굴을 파다가 문헌 상에만 존재하던 왕궁의 존재를 먼저 찾아냈다.

고고학자들은 이 왕궁 유적이 '세계 최초의 왕국'을 이해할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다큐멘터리 작업에 참여한 이라크 고고학자이자 모술 박물관 전직 큐레이터인 라일라 살리는 여러 개 터널 중 한 곳에서 고대국가 아시리아의 에사르하돈 왕(재위 BC 681~669년)에 관한 대리석 설형문자를 발견했다며 이 왕궁의 역사가 기원전 6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이 사료를 사진으로 본 또 다른 역사가도 이 대리석 판에 왕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된 것은 아니지만, 판에 적힌 문자가 에사르하돈 왕을 나타낼 때만 사용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해석에 동조했다.

특히 해당 문자는 에사르하돈 왕의 부친인 센나케리브 왕(재위 미상~BC 681년)이 파괴한 바빌론을 재건할 당시에 사용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바빌론은 BC 7세기 후반 아시리아가 멸망할 때까지 아시리아의 지배 아래에 있었다.

이 왕궁은 센나케리브 왕이 착공, 아들인 에사르하돈 왕 재임 도중 재공사와 확장이 이뤄졌으며 다시 아슈르바니팔 왕(재위 BC 669~627년) 치하에서 개보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고학자들은 터널의 또 다른 쪽에서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생명수'를 뿌리는 반인반신 형태의 여신 석상도 발견했다.

영국 이라크학 연구소(BISI)의 엘리노어 롭슨 교수는 "이런 형태를 한, 이 정도 크기의 석상을 본 적이 없다"면서 궁궐 내 여성들이 거주하는 공간을 장식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롭슨 교수는 "이 밑에는 단순히 장식용 돌이 아니라 엄청난 역사가 있다"면서 "세계 최초로 존재한 대제국의 보물창고를, 그것도 대제국이 가장 융성했던 시기부터 살펴볼 수 있게 됐다"고 이번 발견의 의의를 밝혔다.

그러나 이번 발견은 IS가 유물 약탈을 위해 고대 유적지를 파헤친다는 소문을 확인시키는 증거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모술 동부의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네비 유누스 성지는 원래 고대 아시리아의 수도인 니네베의 일부여서 이곳에 유적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됐다.

이에 따라 1852년 오토만 주지사하에서 발굴 작업이 일부 진행됐으며 1950년대에도 이라크 유물 부서가 재조사를 했지만 두 번 다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고고학자들은 IS가 유물 약탈을 위해 고대 유적지를 파헤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살리는 "도자기 같은 작은 유물들은 내다 팔려고 가져갔을 것"이라며 이미 상당수 유물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한편 IS가 주먹구구로 만든 터널도 수주 안에 붕괴할 위험이 있어 BISI와 다른 해외 연구팀 중 일부가 보존 및 기록 작업에 합류할 예정이다.

IS는 이런 성지가 이슬람 교리에 위배된다며 유적 파괴를 지속하고 있다.

이라크 쿠르드 지역 행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가 재탈환할 때까지 2년 동안 IS의 통치를 받는 동안 이 지역에서 사라진 유적만 100여 곳이 넘는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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